상습 중고거래 사기범 징역형…대법 "피고인 진술 없이 판결" 파기환송
"송달불능보고서 접수 '6개월 후' 공시송달 통한 재판해야"
"위법한 1심 채택 증거 바탕으로 항소 기각한 2심도 위법"
- 문혜원 기자
(서울=뉴스1) 문혜원 기자 = 피고인이 재판 중 도주해 출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이 '송달불능보고서 접수' 후 소재 파악을 위한 기간을 채우지 않은 채 피고인 없이 재판을 진행했다면, 그 판결은 무효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지난 5월 20일 사기 혐의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A 씨의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청주지법에 돌려보냈다.
A 씨는 2023년 1~3월 한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소니 카메라', '갤럭시S22', '유모차' 등을 판매한다는 허위 글을 올리고 총 238만 원을 가로챘다.
또 같은 해 3월 당근마켓에 무선 이어폰을 판매한다는 허위 글을 올려 12만 5000원을 챙겼다.
1심은 "A 씨가 동일한 범죄로 처벌받은 경력이 많고 실형을 복역했는데도 곧바로 또다시 범행에 나아갔으며 편취 고의가 뚜렷하고 피해자들을 우롱하는 등 죄질도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정에서도 마치 합의 내지 피해 회복이 곧 이루어질 것처럼 기망한 뒤 도주했다"며 A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1심은 피해자들이 낸 배상신청도 받아들이면서 피해자 3명에게 각각 60만 원, 78만 원, 50만 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배상명령은 피해자가 별도의 민사소송을 거치지 않고도 형사재판 결과에 따라 손해 배상이나 위자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2심도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A 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1심에서 A 씨의 진술 없이 재판이 진행됐다며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1심 절차가 위법하게 진행된 이상 1심이 채택해 조사한 증거를 바탕으로 A 씨의 항소를 기각한 2심도 위법하다는 이유에서다.
A 씨는 공소장 부본과 피고인 소환장을 받은 뒤 2023년 9월 14일에 열린 1심 첫 번째 공판기일에 출석했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19일에 열린 2회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았고 1심 재판부는 A 씨에 대한 구인영장을 발부했다.
A 씨는 피고인 소환장을 송달받고도 2023년 12월 21일에 열린 3회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1심은 2024년 4월 24일 '공시송달'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공시송달은 피고인의 소재를 알 수 없을 때 소환장 등을 법원 게시판 등에 공고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서류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그러나 A 씨는 공시송달 이후 열린 4회 공판기일과 5회 공판기일에도 불출석했다. 이에 1심은 5회 기일에 피고인의 출석 없이 공판절차를 진행하고 변론을 종결했고 2024년 7월 23일에 선고기일을 열었다.
대법원은 "피고인에 대한 송달불능보고서가 접수된 2024년 1월 17일부터 6개월이 경과하도록 소재가 확인되지 않을 때 피고인에 대한 송달을 공시송달로 하고 피고인의 진술 없이 재판할 수 있는데, 1심은 6개월이 지나지 않은 2024년 4월 24일 공시송달 결정을 하고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시송달 결정 전 피고인의 직장 주소 등으로 송달하거나 피고인과 가족의 연락처로 전화해 소재를 파악하거나 송달받을 장소를 확인하는 등의 조치를 했어야 하는데 1심은 피고인의 주거, 사무소와 현재지를 알 수 없다고 단정해 곧바로 공시송달로 송달하고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했다"고 했다.
doo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