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CJ대한통운, 택배노조 단체교섭 의무 없다"…원심 파기환송

1·2심 "CJ대한통운, 실질적 사용자" 판단했지만…대법 "법리 오해"
"노란봉투법 시행 전 사안은 종전 법리 여전히 타당"…CJ 승소 취지

전국택배노동조합 관계자들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택배노조 원청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3.10 ⓒ 뉴스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CJ대한통운이 올해 3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 이전에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요구한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9일 나왔다.

대법원은 지난 5월 HD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단체교섭 분쟁에서도 노란봉투법 시행 전 사건에는 종전 법리를 적용해야 한다며 하청노조의 교섭권을 부정한 판례를 내놨는데, 이날도 동일한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이날 오전 11시 CJ대한통운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택배노조 교섭 관련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쟁점은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할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앞서 택배노조는 2020년 3월 열악한 환경 개선과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청인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CJ대한통운이 위수탁계약을 맺은 당사자는 집배점주(대리점주)이고, 택배기사와는 직접 고용관계가 없어 사용자가 아니라는 논리였다.

집배점과 위수탁계약을 맺는 택배기사들은 직고용·직계약 택배기사와 달리 '하청 근로자' 성격을 갖는다. 하지만 택배노조는 집배점 소속 기사들도 배송 업무 전반에서 CJ대한통운의 지휘·영향 아래 있는 만큼 회사가 단체교섭 의무를 져야 한다고 맞섰다. 중앙노동위원회도 2021년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CJ대한통운은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1·2심도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의 '실질적 사용자' 지위를 갖고 있다고 봤다.

1심은 "노동조합법이 의미하는 사용자는 근로자와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 관계에 있는 사람뿐 아니라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 권한·책임을 일정 정도 담당하고 근로자를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이같이 해석하지 않으면 원청 사업주의 복합적 노무관계 때문에 하청 근로자가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3권을 온전히 행사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타난다고 지적하면서 "CJ대한통운이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가 단체교섭 거부의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CJ대한통운과 집배점 택배기사 사이에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 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개정 전 법리상으로는 '실질적 지배력'만으로 원청에 단체교섭 의무를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원고(CJ대한통운)와 집배점 택배기사 사이에 명시적·묵시적인 근로계약 관계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가 집배점 택배기사들에 대한 관계에서 구(舊)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이 옛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및 단체교섭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5월 21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당시 전합은 올해 3월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이 시행되기 전 사안은 종전 법리를 따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날 판결 대상이 된 CJ대한통운과 택배노조의 분쟁도 노란봉투법 시행 전 사건인 만큼, 앞선 법리를 재확인한 것이다.

한편 CJ대한통운은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된 올해 3월 택배노조와의 단체교섭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이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전면 인정했다기보다, 노란봉투법상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되는 의제에 한해 교섭에 응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지난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근로 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 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해 원청의 노사 교섭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