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영장청구권·기소권까지 통제?…형소법 개정안 '독소조항' 비판 고개

검사, 사법경찰관 신청 범위서만 영장 청구 가능…법조계 "위헌 소지 짙어"
일반 시민이 기소 판단 뒤집기도…'중대한 위법수사' 공소기각 조항도 논란

ⓒ 뉴스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범여권의 검찰개혁 강경파가 검사의 수사권 '완전 박탈'을 넘어 영장 청구권과 기소권까지 통제할 수 있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추진하자, 법조계에선 '독소조항' 비판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헌법상 권한으로 확립된 검사의 영장 청구권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법률은 위헌 소지가 짙고, 검사의 공소제기 판단에 일반 시민이 관여하는 것은 형사사법체계를 형해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법경찰관 신청 범위서만 영장 청구?…"위헌심판 대상"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용민·조국혁신당 박은정 등 범여권 의원 12명은 지난달 26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전체 493개 조항 중 106개 조항(22%)을 뜯어고치는 사실상의 전면 개정이다.

개정안의 방점은 '검사 권한 축소'에 찍혀 있다. 검사의 직접·보완수사권을 폐지하고 수사 주체를 사법경찰관으로 일원화했다. 검사는 사법경찰관이 신청한 범위에서만 영장을 청구할 수 있고, 일부 기소 판단은 지역 시민으로 구성된 외부 기구의 통제를 받는다.

법조계에선 개정안의 핵심 조항들이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독소조항'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범여권 의원들은 법안 제안 이유로 "공정하고 책임 있는 형사사법체계의 확립"을 들었지만, 법조계는 정반대 평가를 내린 것이다.

먼저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제한한 조항의 '위헌 논란'이다.

현행법은 영장 청구 절차를 '검사의 직접 청구'와 '사법경찰관의 신청에 따른 검사의 청구' 두 갈래로 규정한다. 하지만 개정안은 검사가 사법경찰관이 신청한 범위에서만 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바꿨다. 압수·수색 영장 청구 절차를 규정한 제215조가 대표적이다.

검사의 영장청구권이 사법경찰관의 판단에 종속되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인데, 문제는 영장청구권을 검사의 고유권한으로 정한 헌법과 충돌한다는 점이다. 헌법재판소는 2023년 법무부 장관과 검사 등이 국회를 상대로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에서 검사의 수사권은 법률상 권한으로 봤지만, 영장신청권(청구권)은 헌법상 권한이라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서 개정안이 헌법상 영장주의의 핵심인 검사의 독자적 통제 기능을 형해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법률은 위헌법률심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법무부도 형사소송법 개정안(정부안)을 논의했던 국무조정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에 '헌법상 권한인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법률로 제한하는 법 개정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취지 입장을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혁신당 박은정(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김영호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검찰개혁추진단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국회 제출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6.24 ⓒ 뉴스1 유승관 기자
일반 시민이 중요 사건 기소 판단…"형사사법체계 형해화"

검사의 기소권을 통제하는 '공소심의회'(제246조의3~7)도 독소조항 중 하나로 꼽힌다.

공소심의회는 검사의 공소제기 여부를 심의·의결하는 외부 기구다. 지방법원장은 관할 구역의 만 20세 이상 국민 중 무작위로 9명을 선정해 심의회를 구성한다. 심의 대상은 △부정부패 사건 △피해자가 불특정 다수인 금융·경제범죄 △조직폭력·마약·살인 등 중요 강력 사건 및 성폭력 사건 등이다. 법왜곡죄와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 심의회가 필요하다고 지정한 사건도 포함된다.

공소심의회 권한은 막강하다. 심의회가 검사의 처분과 다르게 의결해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가 필요한 경우엔 지방법원장은 지체없이 공소업무를 담당할 '지정변호사'를 지정해야 한다. 지정변호사의 공소제기는 검사의 공소제기로 간주한다. 반대로 심의회가 불기소 결정하면 검사는 다른 중요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 한 동일 사실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일반 시민의 눈높이에서 검사의 기소권 남용을 견제하겠다는 아이디어인데, 법조계에선 '위험한 실험'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중요 사건의 기소 여부는 고도의 법률적 판단을 요구하는데, 비(非)법률가인 일반 시민들에게 이를 맡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을 맡았던 양홍석 변호사는 "공소 제기는 법률과 증거에 근거해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의 입증을 요구하는데, 일반 시민들에게 이를 기대하긴 어렵다"며 "오히려 (피의사실을) 설명하는 사람의 톤과 뉘앙스에 휩쓸려서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법조계는 법원이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해야 하는 사유로 '중대한 위법수사' 조항을 신설한 제327조도 논란 소지가 크다고 본다. 절차법인 형사소송법은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이 특히 중요한데, 개정안은 '중대한 위법수사'의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법원의 재판 지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도 높다. 양 변호사는 “법원이 공소기각을 선고하려면 먼저 해당 수사에 중대한 위법성이 있었다는 점이 판결로서 확정돼야 한다"며 "예를 들어 어떤 재판을 하다가 위법 수사가 쟁점이 될 경우, 이를 다시 수사해서 확정판결을 받기까지 몇 년간 본 재판은 중단되는 실무상 문제가 빚어질 수 있다"고 봤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