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용 차단·예방 효과" vs "근본 해결 아닌 분풀이"…불붙은 '촉법소년' 논란

정부, 중대범죄 한해 14세→13세 연령 하향 추진
"73년 전 기준", "처벌만으론 한계" 의견 엇갈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이세현 송송이 기자 = 정부가 중대범죄를 저지른 만 13세 청소년도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최근 촉법소년 범죄가 증가하는 가운데 강력범죄의 저연령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처벌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형벌 범위 확대보다는 교화와 복지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범죄 억지 효과와 책임성 강화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면서도, 형벌 확대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했다.

2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성평등가족부(성평등부)와 법무부는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조건부로 낮추는 방향의 정부 권고안을 조율 중이다.

현재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청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로서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다. 형법 제9조는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소년법 제4조는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의 사건은 소년부의 보호사건으로 심리하도록 한다. 이러한 '만 14세 미만'이라는 기준은 1953년 이후 73년간 한 번도 변경되지 않았다.

정부는 이같은 촉법소년의 나이를 만 14세에서 만 13세로 낮추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연령 하향은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로 한정하는 조건부 하향을 검토 중이다.

최근 촉법소년 사건 건수는 증가세가 뚜렷하다. 법무부에 따르면 소년부로 송치된 촉법소년 사건 수는 2021년 1만 1677건에서 2025년 2만1095건으로 5년 만에 약 81% 늘었다. 이중 성폭력 사건은 2021년 398명에서 2025년에는 739건으로 86%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중대범죄에만 형사책임을 확대하는 방안에는 일정 부분 공감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70년 전과 비교하면 청소년들의 판단 능력과 정보 습득 속도는 크게 달라졌고, 12~14세 범죄도 증가하고 있다"며 "중대범죄에 대해 조건부로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기적 대안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형벌은 범죄 예방 기능도 있지만,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기능도 있다"며 "중대한 범죄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를 반영해 일정 부분 형사책임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요즘 청소년들은 과거보다 성숙 속도가 빨라졌고 일부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며 "생명을 위협하거나 죄질이 매우 불량한 범죄라면 나이보다 범행의 중대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촉법소년 나이를 낮춘다고 해서 당장 전과자가 늘어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죄질이 나쁘지 않을 경우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그에 맞는 처분이 내려지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연령을 낮춘다고 해서 모두 전과자가 되는 것은 아니고, 기소유예 등의 장치도 마련돼 있다"며 "형사 처벌 연령을 낮춤으로써 아이들에게 좀 더 주의가 요망되고, 조심하게 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형벌권 확대 자체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수도권 대학의 한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죄학적으로 형벌을 강화한다고 범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그동안 사회 역사적으로 국가 형벌권을 제한해 오고 있었는데, 촉법소년이라 해서 처벌 범위를 확대하는 건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 현장을 가장 많이 접하는 소년부 판사들 역시 촉법소년의 흉악범죄 비중은 매우 낮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촉법 소년이 저지른 흉악 범죄의 경우는 일률적인 처벌보다 실체적 진실을 더 살펴볼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교수는 "촉법 소년 살인의 경우 오랫동안 학대가 지속됐다는 등 특이 사항이 있는 경우가 많다. 굉장히 열악한 상태에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라면서 "대부분 교육이나 사회, 치료 등 여러 방면에서 복지가 필요한 경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모가 방임·학대하는 아이들을 겁줘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분풀이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접근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지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전체적으로 사회 분위기로 인해 현행 유지가 어렵다면, 일률적인 하향보다는 중대범죄에 대해서만 연령을 하향하는 것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다만 "만약 형사 처벌로 가게 된다면, 소년원에서도 소년의 보호와 교육은 중단 없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런 체계가 선제적으로 잘 갖춰진 건지에 대한 검토가 먼저 이뤄졌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