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보장 미끼 투자사기·회계법인 계약서 위조…상장사 이사 중형

사기·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 혐의…법원, 징역 9년 선고
범행 5일 뒤 출국, 특별한 사정 없이 12년간 해외 체류도

(서울=뉴스1) 강서연 기자 = 상장폐지가 우려될 정도인 회사의 부실한 재무 상태를 숨긴 채 고수익과 원금 보장을 약속하며 투자금을 가로채고, 투자자들을 속이기 위해 회계법인 명의의 현금보관계약서를 위조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 코스닥 상장사 사내이사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 이아영 판사는 지난 19일 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모 씨(60·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코스닥 상장법인이었던 주식회사 A의 사내이사였던 이 씨는 2011년 6월쯤 피해자 B 씨에게 회사의 부실한 재무 상태와 자신의 변제 능력 부족 사실을 숨긴 채 고수익과 원금 보장을 약속하며 3억여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 씨는 B 씨에게 'A사 주가가 현재 61원이지만 곧 30대 1로 감자할 것이고, 그러면 주식 수는 줄어들지만 주식 가치는 30배가 올라 1830원이 된다'며 '이 주식을 500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황금워런트'라고 하는데, 3억 원만 빌려주면 황금워런트 140만 주(7억 원 상당)를 회수해 배당해 주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2개월 뒤 황금워런트 가치가 10억 원보다 떨어지면 자신이 10억 원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의 말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당시 A사는 자본잠식 상태로 상장폐지 우려가 제기될 정도로 재무 상황이 악화해 있었다. 이 씨 역시 별다른 재산이나 수입이 없어 약정수익금을 보장해 줄 능력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씨는 이러한 수법으로 B 씨로부터 2억9950만 원을 받아낸 뒤, '약 2개월 뒤 3억 원을 상환하겠다'는 내용의 차용증을 작성해 줬다. 하지만 같은 해 7월에는 '추가로 5000만 원을 빌려주면 자금을 마련해 이전 약속을 이행하겠다'며 5000만 원을 더 받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는 또 같은 해 9월엔 A사 대표이사와 공모해 투자자들로부터 회사 자본 확충 명목의 투자금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회계법인 명의 현금보관계약서를 위조한 혐의도 받는다.

당시 A사는 외부감사인인 C 회계법인으로부터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거절을 받을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에 이들은 투자금이 마치 C 회계법인에 예치·관리되는 것처럼 꾸며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기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회계법인 사무실 컴퓨터를 이용해 '현금보관계약서'를 작성한 뒤, '수탁인(A사 대표이사)은 7억 원을 수임인(C 회계법인 대표이사)에게 예치한다'는 내용과 회계법인 대표이사 명의, 회계법인 인감을 기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위조된 현금보관계약서를 피해자들에게 제시해 7억 원을 받아낸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사건 각 범행 이후 장기간 국외 체류해 도피했다"며 "피해자 B 씨는 피해가 회복된 이후에는 처벌불원의 의사를 표시하긴 했으나 장기간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했고, 현금보관계약서를 이용한 사기 범행으로 인한 피해는 전혀 회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각 사기 범행의 피해 금액이 합계 10억 원에 달해 거액이고, 각 범행이 발생한 당시 물가 수준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며 여러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이 씨에 대한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이 씨는 2011년엔 자본시장법 위반죄 등으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2023년엔 상법 위반죄 등으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회계사 자격을 보유했던 것으로도 조사됐다.

k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