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예산낭비도 수사"…선관위 합수본, 인력·수사범위 넓어진다

李 "인력 늘리고 충분히 수사"…대검, 증원 검토
"인력난·보완수사권은 복병"…반쪽짜리 수사 우려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모습. 2026.6.22 ⓒ 뉴스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본부장 김태훈 차장검사)의 수사범위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인력을 더 늘리고 예산낭비, 채용비리 등 다른 문제도 충분히 수사하라"고 지시하면서 합수본의 수사 전선이 대폭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李 대통령 지시에…선관위 합수본, 인력 늘리고 수사 전선 확대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현원 27명(검찰 12명·경찰 15명)인 합수본 인력을 보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 23일 국무회의에서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합수본의 인력 현황을 물은 뒤 "(수사 인력을) 좀 늘려야 될 것 같다"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처다.

'선관위 합수본'은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를 본부장으로 검사 5명과 수사관 6명, 경찰 15명으로 구성됐다. 통일교·신천지 의혹을 수사하는 '정교유착 합수본'(본부장 김태훈 고검장)의 인력이 47명(검찰 25명·경찰 22명)인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수사 범위도 크게 넓어질 예정이다.

합수본은 당초 최초 고발장이 접수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서울시 선관위 및 송파·서초·강남·광진·동작구 등 수도권 선관위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부터 우선 수사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정된 수사 인력과 선거범죄의 짧은 공소시효(투표일로부터 6개월)를 감안한 로드맵이었다.

하지만 '투표용지 보관 상자 폐기·분실', '서울시 선관위 늑장 보고', '중앙선관위 외유성 출장' 등 추가 의혹들이 꼬리를 물고 불거졌다. 여기에 이 대통령이 "예산 낭비라든지, 채용 비리 문제 같은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다 수사하라"고 지시하면서 수사 범위 확대가 기정사실화됐다.

합수본은 지난 23일 중앙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 및 검토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앞서 조현욱 진상규명위원장은 지난 19일 조사를 마무리하면서 "보고 체계 미비 및 선거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 상태를 확인했다"며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을 수사 의뢰하라고 중앙선관위에 권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6.23 ⓒ 뉴스1 허경 기자
'고의성 입증'보단 수월하지만…다른 선거범죄·檢 수사권 폐지는 어쩌나

검찰 내부에선 희비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수사는 선관위 공무원들의 '투표 방해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까다로운 반면, 채용 비리나 방만 운영 의혹은 상대적으로 범죄 혐의 입증이 수월하다. 하지만 선관위 사건 외에도 선거범죄 사건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상황에서 추가 수사 인력을 투입하기 쉽지 않다는 점은 검·경 모두의 고민거리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 혐의(직무유기)를 수사하는 것보다는, 예산 낭비나 채용 비리를 수사하는 것이 합수본 입장에선 더 수월할 수 있다"며 "직무유기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예산낭비와 채용비리는 범죄 혐의점이 훨씬 뚜렷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조직 차원의 부담은 더 커졌다.

6·3 지방선거 직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적발한 선거범죄는 2549건, 입건자는 4191명에 달한다. 한 부장검사는 "합수본에 선거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공공수사2부 전원이 모두 투입됐다"며 "투표용지 부족 사건과 나머지 선거범죄까지 처리해야 하는데, 숙제가 더 많아진 것"이라고 했다.

검찰청이 3개월 뒤 폐지되는 점도 변수다. 합수본 인력의 절반은 검찰인데, 10월 2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체제가 출범할 경우 합수본의 존립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인 점도 혼란을 키우는 대목이다.

한 차장검사는 "유권 해석을 받아야겠지만, 검찰청이 사라지거나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합수본 수사가) 굉장히 난감해질 수 있다"며 "현재는 검사에게 수사권이 남아 있어서 합수본 활동이 가능한 것인데, (형소법 개정으로) 수사권이 사라지면 선관위 수사도 반쪽짜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