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검찰, 내란 관련 의심 정황 존재…특검 수사 안 이뤄져"
"명태균에서 비롯된 尹 사법리스크, 계엄 계획으로 이어져"
"'안가 모임'서 내란 범죄 혐의 수사 대응 방안 논의"
- 한수현 기자, 문혜원 기자, 유수연 기자
(서울=뉴스1) 한수현 문혜원 유수연 기자 =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내란 가담 혐의를 인정해 징역 25년을 선고한 재판부가 판결문에 "당시 검찰 인력이 내란 행위에 따른 조치 사항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또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의 '공천 개입 의혹'에서 비롯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비상계엄 선포 계획으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전날(22일)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징역 25년을 선고한 박 전 장관의 판결문에 이같이 밝혔다.
재판부는 박 전 장관이 심우정 당시 검찰총장에게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 요청 등 협조를 지시한 사실을 인정하며 "그 과정에서 대검찰청과 관련 기관의 소관 부서장 사이에 의사소통이 이뤄진 것으로 봄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또 판결문 각주에 "검찰의 내란 행위 가담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할 만한 추가적인 정황이 존재하나, 이런 부분은 특별검사(특검) 등에 의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12·3 비상계엄 선포 당일 박 전 장관과 심 전 총장 간 통화는 국회를 관할하는 서울남부지검 소관 사무에 대한 지시 사항 전달로 보인다고 의심했다.
재판부는 권순정 당시 수원고검장, 김유철 당시 수원지검장, 강백신 당시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의 통화 내역을 언급하며 "수원고검 관내 검찰 인력이 내란 행위에 따른 조치 사항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에 해당한다"고 했다. 수원고검 관내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가 있다.
또 허정 당시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장이 계엄 선포 당일 오후 11시 13분쯤부터 해제 후까지 대검 명의 유선전화와 일선 지검장으로 보이는 사람 등 여러 인물과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을 들어 "일선 거점검찰청 포렌식 수사관 출동과 관련된 연락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에 해당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박 전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 목적을 인식했다고 판단한 부분에서 명 씨의 공천 개입 의혹이 비상계엄 선포 계획으로 이어졌다고도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계엄 당일 명 씨 구속 기소 관련 소식을 확인한 뒤 오후 7시 41분쯤 박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실로 들어올 것을 지시했다.
같은 날 오후 7시 49~50분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로 이동하면서 법무부 검찰국 공공형사과장에게 전화해 사실관계를 파악하라고 지시했고 15분 뒤인 오후 8시 5분쯤 내용을 보고받았다.
재판부는 "명태균이 구속 기소 이전부터 특별검사 수사를 주장해 온 것으로 보이는 점, 당시 명태균이 증거인멸교사가 아닌 증거은닉교사로 구속 기소됐다는 언론 보도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윤석열은 이른바 '명태균 황금폰'의 행방이 궁금해 박성재에게 그 파악을 지시했다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재판부는 "윤석열이 비상계엄 선포 전 티타임에서 '나라가 이래서 되겠느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격정적으로 말하며 명태균 공천 개입 사건을 언급했다는 취지의 김용현 진술 등을 보면, 윤석열은 대통령 집무실에서 박성재에게 명태균 사건을 언급하며 비상계엄을 선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비상계엄 사태 이튿날 삼청동 대통령 안전 가옥(안가)에서 이뤄진 이른바 '안가 모임'에서 내란 범죄 혐의 수사 대응 방안 등이 논의됐다고도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주현 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에게 수사 대응 방안 등을 마련할 것을 지시한 뒤 이 전 장관이 안가 모임을 소집했고, 김 전 수석이 안가 모임 장소를 마련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봤다.
재판부의 이러한 판단은 박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 중 임세진 전 법무부 검찰과장에게 윤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로 발표할 비상계엄의 정당성·불가피성에 관한 설명 근거를 마련한 것을 지시해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대목에 담겼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안가 모임이 열린 날 오후 2시쯤부터 진행된 당·정·대(당·정부·대통령실) 회의에서 논의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및 내란 범죄 혐의 수사 대응 등 계획에 따라 박 전 장관이 임 전 과장에게 작성 지시한 문건을 바탕으로 안가 모임에서 비상계엄의 정당성·불가피성에 대한 논리를 구성했고, 그 결과가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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