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은 왜 '원포인트 개헌론' 꺼냈나…"선관위 감찰 불가" 헌법 해석

헌재 "대통령 소속 기관 감찰 땐 선거 중립성 신뢰 훼손 위험"
법개정으론 한계…'감사원 통한 감찰'에 신중론도 제기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2026.6.22 ⓒ 뉴스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혁론이 '원포인트 개헌' 논의로 번지고 있다. 감사원의 직무감찰 등 외부 감시와 견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현행 헌법 체계에서는 법 개정만으로 선관위를 상시 감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같은 분석의 배경에는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가 '감사원은 선관위를 직무 감찰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한 결정이 있다. 헌재가 이 결론을 법률 문언이 아니라 헌법 해석에서 도출한 만큼,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 등이 잇따라 개헌을 언급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2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여야 간에 의견 일치가 된다면 대통령이 발의하는 한이 있더라도 선관위에 관한 원포인트 개헌이라도 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 총리도 전날 선관위 개혁 토론회에 이어 이날 출입기자 간담회에서도 "반드시 국민 대다수가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이 문제는 여야가 합의해서 원포인트 개헌을 통해서라도 우리 사회가 인정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며 보조를 맞췄다.

정치권에서 단순 법률 개정이 아닌 개헌이 언급되는 배경에는 지난해 2월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권한 침해라고 판단한 헌재 결정이 자리하고 있다.

해당 결정은 2023년 선관위 고위 간부 자녀의 경력경쟁 채용 특혜 의혹에서 비롯됐다. 당시 선관위는 자체 특별감사를 거쳐 관련자들을 수사 의뢰했지만, 감사원도 별도로 선관위 인력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에 나서면서 두 기관이 충돌했다. 선관위는 감사원이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를 직무 감찰할 권한이 없다며 같은 해 7월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선관위의 손을 들어줬다. 감사원이 2023년 6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선관위 채용 등 인력관리 실태에 대해 실시한 직무감찰은 헌법과 법률상 권한 없이 이뤄져 선관위의 독립적인 업무 수행 권한을 침해했다는 판단이다.

헌재는 선관위의 독립성이 3·15 부정선거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1960년 제3차 개정헌법이 선거관리 사무와 그 주체를 정부와 기능적·조직적으로 분리해 현재 선관위의 전신인 중앙선거위원회에 맡겼고, 이후 선관위와 같은 독립된 기구를 헌법기관으로 두는 체계가 현행 헌법까지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이를 두고 헌재는 "외부 권력기관, 특히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의 영향력을 제도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선 선거관리 사무를 행정부가 아닌 독립된 헌법기관에 맡겨야 한다는 헌법적 결단이 헌법 체계에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헌법 제97조가 정한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인 '행정기관'에 선관위가 포함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선거관리 사무가 성격상 행정작용에 해당하더라도, 선관위가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설치된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헌재는 "정당민주주의하에서 대통령은 특정 정당 당원으로서 해당 정당 정책·이익과 밀접하게 관련될 가능성이 있다"며 "대통령 소속기관인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해 직무감찰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선거관리의 공정성·중립성에 대한 국민 신뢰가 훼손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2026.3.25 ⓒ 뉴스1 이호윤 기자

주목할 부분은 감사원법 개정만으로 이를 보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행 감사원법은 직무감찰 제외 대상으로 국회·법원·헌재 소속 공무원만 명시하고 선관위는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헌재는 독립 헌법기관이 감사원 감찰 대상에서 빠지는 것은 법률 문언이 아니라 헌법상 지위 때문이라고 봤다. 선관위 역시 독립 헌법기관인 만큼, 감사원법에 선관위를 추가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여권에서는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허용하거나 별도 외부 기관의 감시를 받도록 하는 방향의 개헌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현행 헌법으로도 특검과 국정조사를 통한 책임 규명이 가능하다며 개헌보다 이를 먼저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감사원을 통한 감찰 방안에 대해서는 법조계 일각에서 신중론도 나온다. 헌재가 감사원의 직무감찰권을 부정한 이유가 단순히 현행 헌법 문언 때문만이 아니라, 대통령 소속 기관이 선관위를 감찰할 경우 선거관리의 공정성·중립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막은 핵심 이유는 감사원이 대통령 소속 기관이라는 구조적 문제"라며 "개헌으로 헌법적 근거를 만들더라도 대통령 소속 기관이 선거관리 기관을 감찰한다는 구조적 우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절차를 정교하게 설계하지 않으면 또 다른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