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장 안 닿자 피고인 없이 재판…대법 "법원이 연락처 확인했어야"

기록상 피고인·가족 연락처 있는데도 공시송달…"출석 기회 보장해야"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 뉴스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피고인에게 소환장이 송달되지 않았더라도 재판 기록에 피고인과 가족의 연락처가 남아 있었다면 법원이 소재나 송달 장소를 확인했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비밀 준수 등)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2013년 강간미수죄 등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신상정보 등록대상자임에도 휴대전화를 새로 개통한 뒤 관할 경찰서에 변경된 연락처를 제출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십만 원의 술값·음식값, 택시비 등을 내지 않은 사기 혐의도 받았다.

1심은 A 씨에게 벌금 400만 원을 선고했다. A 씨는 별도 기소된 사기 사건 2건에서도 각각 벌금 200만·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2심은 3개 사건을 병합해 심리한 뒤, 벌금 400만·200만 원이 선고된 두 사건의 1심 판결을 파기하고 A 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벌금 300만 원이 선고된 나머지 사건에 대한 항소는 기각했다.

2심은 재판 과정에서 공소장에 기재된 A 씨의 주소지인 전남 무안군의 한 주소로 소환장을 여러 차례 보냈지만, 모두 송달되지 않았다.

이후 경찰에 소재 탐지를 촉탁해 A 씨가 서울 영등포구의 한 주소지에 거주 중이고 휴대전화 번호도 확인된다는 회신을 받았다. 다만 이후 경찰은 'A 씨가 해당 주소지에 거주했던 것으로 보이나 부재 중으로 확인된다'고 회신했다.

이에 2심은 2024년 12월 A 씨에 대한 송달을 공시송달로 하기로 결정했다. 공시송달은 당사자 주소나 소재를 알 수 없을 때 법원 게시나 전자공시 등으로 송달한 것으로 간주하는 절차다.

이후 A 씨가 공판기일에 2회 연속 출석하지 않자, 2심은 A 씨 없이 재판을 진행하고 지난해 2월 판결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항소심 절차가 위법이라고 봤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전화번호, 가족의 전화번호 등이 기록상 나타나 있는 경우에는 그 전화번호로 연락해 송달받을 장소를 확인해 보는 등의 시도를 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 기록에는 A 씨 형의 휴대전화 번호와 A 씨의 다른 휴대전화 번호가 기재돼 있었지만, 2심 법원은 공시송달 결정 전 해당 번호로 연락을 시도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심으로서는 공시송달 결정을 하기 전에 기록상 나타나는 피고인 본인·가족 연락처로 전화해 피고인 소재를 파악하거나 송달받을 장소를 확인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심이 피고인의 주거, 사무소와 현재지를 알 수 없다고 단정해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하고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한 것은 피고인에게 출석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라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