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한다더니 李정부 5번째 합수본에 6번째 특검?…혼란한 검찰
'투표지 검경 합수본' 출범…'조작기소 특검'도 남아
법조계 "중요 수사 때마다 검찰력 동원 '아이러니'"
- 정윤미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수사를 위한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꾸려진 데 이어 윤석열 정권 검찰을 겨냥한 '조작기소 특검'의 출범에 탄력이 붙고 있다.
오는 10월 검찰로부터 직접 수사 권한을 박탈하고 공소청 출범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작 특정 사건의 진상규명이 필요할 땐 검찰의 수사역량을 필요로 하는 모습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누구를 위한 검찰개혁인지 모르겠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투표용지 부족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검경 합동수사본부(본부장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총 27명 규모(검찰 12명·경찰 15명)로 구성돼 이르면 이번 주 정식 가동된다. 검찰에선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형원)가 전원 투입됐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엑스(옛 트위터)에 "검찰과 경찰이 참여하는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사건의 전모를 철저히 규명할 것을 지시했다"고 적었다. 검경은 이 대통령 지시 이틀 만인 전날(9일) 합수본 인력 구성과 규모 등을 확정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5번째 검경 합수본이다.
지난해 7월 서울서부지검에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검경 합동수사팀이 신설됐다. 이 대통령이 참사 유가족들과 만나 기존에 운영되던 특별조사위원회의 한계를 지적한 것에 따른 후속조치였다. 같은 해 11월 수원지검에는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가설치됐고 그 해 12월 서울동부지검의 보이스피싱범죄 합동수사부가 정식 직제화됐다. 올해 1월에는 통일교·신천지 정교유착 비리 합동수사본부가 서울고검에 꾸려졌다.
이 대통령이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조작기소 의혹에 관해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여권은 특검법안 통과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 30일 '파견검사 30명'을 규정한 '윤석열 정권 검찰청·국가정보원·감사원 등의 조작수사·조작기소 등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상태다.
검찰 내부에서는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미제사건 폭증으로 민생 사건 처리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 들어 출범된 5개의 특검(김건희·내란·순직해병·상설특검·2차 종합특검)과 5개의 합수본으로 핵심 수사 인력이 대거 차출되면서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더욱이 2차 종합특검과 정교유착 합수본의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표용지 합수본과 조작기소 특검까지 동시에 가동될 경우 입건자 규모가 4000명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관련 사건 처리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의 수사권 전면 폐지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는 동시에 진상규명이 필요할 때는 합수본, 특검 등 방식으로 검사의 수사권을 활용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데 대해 법조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국민들을 위한 검찰개혁이라고 해놓고 정작 중요 수사를 할 때마다 검찰력을 동원하는 모습은 아이러니"라며 "도대체 누가 국민이고, 누구를 위한 검찰개혁인지 정부·여당에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우리야 보완수사 안 하면 일 줄어들고 좋을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이것이 진정 국민을 위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수도권 소재의 한 부장검사도 "검찰 내부 인력난은 이제 하루 이틀 일도 아니다"라며 "검찰개혁이니 조작기소니 검찰 사기는 다 떨어뜨려 놓고, 정작 진상규명이 필요할 때마다 검사를 찾고 있는 모습이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특검·합수본 수사를 잘해서 정부·여당에 잘 보이면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남기고, 그렇지 않으면 빼앗는 식으로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접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younm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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