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적도 어민 간첩 조작사건' 2심도 무죄…"방어권 행사 어려워"

"33일 불법 구금 상태에서 육체적 폭력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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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문혜원 기자 = '인천 덕적도 어민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인 고(故) 김선규 씨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건 발생 이후 약 70년 만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용석)는 지난 4월 9일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혐의를 받는 김 씨의 재심 사건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인천 덕적도에서 새우젓 장사를 하던 김 씨는 1956년 7월 처남으로부터 '연평에 선원을 데려다주고 강화에 가자'는 말을 듣고 연평도로 갔다. 이어 8월 김 씨는 북한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옹진반도에서 5일간 체류하고 덕적도 소재 주거지로 돌아왔다.

검찰은 같은 해 11월 '연평도를 경유해 월북한 뒤 경기도 덕적도의 미군 주둔 상황, 인천항의 선박 출입 관계 등을 보고해 군사기밀을 누설하고, 성명불상의 북한군 장교로부터 지령을 받고 김포, 인천 등지에서 군사기밀을 수집한 뒤 서해안 연평도 부근 해상으로부터 월북을 기도했다'는 취지로 김 씨를 기소했다.

서울지방법원은 1957년 2월 김 씨의 간첩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실형을 선고, 김 씨는 10년간 옥살이를 했다.

김 씨의 자녀는 2022년 5월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중앙지법은 2024년 3월 재심 사유가 있다고 판단해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경찰 자백 진술은 수사기관에 의해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임의성이 없는 진술에 해당한다"며 지난해 8월 김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1956년 10월 1일 긴급 구속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았음에도 피고인을 즉시 석방하지 않았고 피고인은 약 33일간 불법 구금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1956년 11월 2일의 경찰 피의자신문조서는 상당 기간 불법 구금 상태가 계속된 이후 이루어진 조사에서 한 진술이 기재된 서류이므로, 임의성이 없어 증거로 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김 씨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고문이나 가혹 행위를 당했다는 주장을 한 적이 없다는 점, 법정에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내용 대부분을 인정한 취지로 진술한 점 등을 들어 증거능력이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도 김 씨의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등의 증거능력이 없다는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약 33일간 불법 구금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다"며 "이 기간에 육체적인 폭력이 가해졌을 것이라는 상당한 의심이 든다"고 판시했다.

또 "경찰 단계 이후 강압적인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불법 구금돼 가혹 행위를 겪은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심리적으로 극도로 위축돼 방어권을 행사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불법적인 체포·구금을 통해 수사가 개시된 이후 강압적·폭력적인 수단이 더해진 방식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그러한 구금 상태가 실질적인 변동 없이 연장된 가운데 기소와 재판 절차까지 이르게 된 경우라면 부당한 심리적 압박 상태가 재판의 모든 단계 또는 재판의 어느 시점부터 완전히 해소됐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심리상태가 법정 진술 당시 정상적으로 회복됐다고 볼만한 사정 변경이 없는 한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의 법정 진술에 관해 임의성을 부정하는 것이 타당하고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명분으로 함부로 이를 유죄 증거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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