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한 달 미만 육아휴직' 추후 합산해 급여 신청해도 지급해야

제척기간 경과 노동부 주장 배척 "지극히 형식적"

서울 서초구 양재동 가정·행정법원 전경 (서울가정법원 제공)

(서울=뉴스1) 한수현 유수연 기자 = 한 달이 안 되는 기간 동안 육아휴직을 쓴 뒤 일정 시간이 지난 이후 나머지 육아휴직을 쓴 경우, 앞선 기간의 육아휴직급여 제척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고용노동청 결정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의 사회보장사건 전담부에서 나온 첫 '모성보호' 사건 판결이다.

두 번 나눠 육아휴직 사용…"나눠 쓴 휴직 기간 합산해야 청구권 발생"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수석부장판사 강우찬)는 28일 A 씨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육아휴직급여 부지급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A 씨는 B 회사에서 근무하던 도중 둘째 자녀 양육을 위해 2024년 3월 25일~4월 14일(1차), 2024년 9월 1일~2025년 8월 10일(2차) 육아휴직을 나눠 사용했다.

한 달에 못 미치는 기간에 대해 먼저 육아휴직을 쓴 뒤 일정 시간이 경과한 이후 나머지 육아휴직을 사용한 것이다.

A 씨는 2024년 10월과 2025년 6월 등 세 차례에 걸쳐 2차 육아휴직에 대한 급여를 각각 신청해 지급받았다.

A 씨는 2차 육아휴직 중이던 2025년 5월 앞선 1차 육아휴직 부분에 대한 급여를 신청했으나, 고용노동청은 '육아휴직 종료일 12개월 이후 신청했다'는 사유로 지급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했다. 이 결정에 불복한 A 씨는 심사청구를 했으나 기각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A 씨는 재판에서 "1차 육아휴직에 대한 육아휴직급여를 수령할 권리는 그 행사가 가능했던 시기인 1·2차 육아휴직 기간을 합해 30일 이상 됐을 때부터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며 급여 신청의 제척기간을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용노동청은 1차 육아휴직 종료일로부터 12개월인 2024년 4월 14일까지 신청하지 않았으므로, 고용노동법상 제척기간이 경과해 급여가 소멸했다고 맞섰다.

고용노동법 제70조 제1항에서는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기 위해 피보험자가 최소한 육아휴직을 30일 이상 부여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 씨가 육아휴직을 분할해 사용한 결과 1차 육아휴직 기간이 30일이 안 되고, 2차 육아휴직 기간과 합산해야 육아휴직급여에 관한 급부청구권이 발생하기 때문에 신청기간 경과로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차 육아휴직 기간 만료일을 기준으로 A 씨는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는 실체법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권리가 발생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제척기간에 관한 규정을 적용해 권리가 소멸했다고 볼 순 없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고용노동청의 주장에 대해 "지극히 형식논리적인 주장은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예의 없음'마저 느껴지게 한다"고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건전한 법과 법 해석은 상식을 반영한다"며 "급여를 신청했더라도 그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 법률상 명백한 상황에서 그러한 신청권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을 실체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할 권리'를 논하는 것 자체부터가 무의미하다"며 "국민이 아직 갖지 못한 미완의 권리에 대해 일단 신청행위를 해둬야 할 것을 당연히 전제하거나 기대하고, 그에 따라 제척기간 경과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책임주의 원칙의 대전제를 허무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사회보장전담부 '모성보호' 사건 첫 선고…AI 활용 쉬운 쟁점 설명
육아휴직 관련서울행정법원 판결문에 추가된 LLM 인공지능 활용 이미지. (서울행정법원 제공)

이 사건은 서울행정법원이 '한국형 사회법원' 추진의 일환으로 사회보장 전담재판부 대상 사건에 모성보호 사건을 추가한 후 선고된 첫 사례다.

앞서 지난 2월 서울행정법원은 산업재해 사건 전담재판부를 사회보장 사건 전담재판부로 명칭을 변경하고 육아휴직 급여 관련 항고소송, 장애 관련 사건 등을 담당 사건으로 명시한 바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이 사건 쟁점의 알기 쉬운 정리' 항목을 만들고, 대규모언어모델(LLM) 인공지능을 이용해 사건의 경과와 쟁점을 정리한 도표를 삽입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의회민주주의에서 법률의 주요한 기능 중 하나가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공지적 기능'에 있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며 "법원의 법령 해석·적용 결과 역시 그 영향이 국민의 기본권에 미치는 영향이 클수록 판결 내용의 공지적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모성보호' 관련 사회보장 공법 사건으로, 비슷한 처지에 놓인 국민의 알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도록 판결의 쟁점과 요지가 보다 알기 쉽게 전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sh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