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곡호 납북 귀환 어부 불법구금·사찰…법원 "국가, 유족에 배상"

18일간 불법구금 상태서 조사, 가족 감시 및 사찰 행위
법원 "헌법상 기본권 침해…국민 인권 보호 의무 저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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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한수현 기자 = 1965년 납북됐다가 귀환한 '춘곡호' 선원의 유족이 국가배상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4단독 정승화 판사는 납북 귀환 어부 A 씨의 유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A 씨의 배우자에게 1340만여 원을, 자녀들에게 각 560만여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A 씨는 1965년 11월 어업을 마치고 강원 고성군 거진항으로 돌아오던 중 북한 함정이 발사한 기관포로 인해 침몰한 춘곡호에 타고 있던 선원이다.

A 씨 등 선원 5명은 북한군에 의해 나포돼 억류됐다가 이듬해 5월 묵호항으로 귀환했다.

A 씨 등은 귀환하자마자 군경에 영장 없이 체포·구금돼 수사를 받았고 그해 8월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불기소 처분 이후에도 A 씨와 가족은 상당 기간 군경 등 공무원으로부터 지속적인 감시와 사찰을 받았다. 그러다 A 씨는 2018년 1월 사망했다.

2024년 4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국가는 춘곡호 납북 귀환 어부를 영장 없이 불법 구금한 점, 선원들이 석방된 이후에도 장기간 사찰로 당사자와 가족에 대한 인권을 침해한 점 등에 사과하고 실질적인 피해회복 조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진실규명 결정을 했다.

A 씨 유족은 지난해 7월 국가를 상대로 약 50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A 씨 유족은 "귀환한 A 씨를 곧바로 영장 없이 구금해 조사했고, 조사 과정에서 A 씨에 대해 구타 등 가혹행위를 했다"며 "불기소 이후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약 2년간 A 씨를 조사하고 상당 기간 가족들에 대한 감시 및 사찰을 했고, 이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정 판사는 유족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정 판사는 "군경은 영장에 의하지 않고 A 씨를 체포·구금한 후 약 18일간 불법구금 상태에서 조사했다"며 "A 씨의 인간으로서 존엄과 신체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후에도 A 씨와 가족들에 대한 감시 및 사찰 행위를 해 일반적 행동자유권, 행복추구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영장주의를 위배하고, 국민의 인권을 보호할 의무를 저버린 행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 씨와 그 가족들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국가배상법에 따라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 판사는 춘곡호 사건 관련 국가가 A 씨를 납북되게 해 신체적·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는 유족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sh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