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왜곡죄 '악성고발' 판검사 명예퇴직 발목…수사할 경찰도 '난감'
[법왜곡죄 두달] ②수사대상은 명퇴 불가…"빠른 처리 부탁" 요청까지
재판·검찰 수사 '왜곡 의도' 증명 안은 경찰…입증 난도 높아 '부담'
- 김종훈 기자, 한수현 기자, 서한샘 기자, 이세현 기자
(서울=뉴스1) 김종훈 한수현 서한샘 이세현 기자 = 법왜곡죄 도입으로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법관과 검사는 고발로 인해 수사가 시작되면 명예퇴직이 어려워져 전전긍긍하고, '의도적 법왜곡'이라는 피의자의 내심을 판단해야 하는 경찰도 난감한 모습이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경찰에 접수된 법왜곡죄 사건은 총 239건, 그 대상자는 모두 3272명이다.
이중 법관은 193명, 검사는 269명으로 집계됐고, 경찰 1067명도 포함됐다.
형법 제123조의2 법왜곡죄는 형사재판에 관여하는 법관, 검사 또는 범죄를 수사하는 자가 타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주려는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고의적 재판·수사 왜곡을 통제하려는 법왜곡죄의 도입 목적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실익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특히, 혐의 유형과 관계없이 고발이 접수되고, 사건 수사가 시작되면 명예퇴직에 제약이 생기는 등 판검사 발목 잡기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 여러 문제점 중 하나로 꼽힌다.
판사와 검사는 20년 이상 재직하고, 정년퇴직일로부터 최소 1년 전에 스스로 물러나면 명예퇴직수당을 수령할 수 있는데, 수사기관에서 비위조사 중 또는 수사 중인 사람은 지급대상에서 제외된다.
구체적 위법 정황 없이 단순히 사건 처리나 판결에 불만을 제기하는, 이른바 '악성 고발'에 따라 진행되는 수사로 인해 명예퇴직자의 발목이 잡힐 수 있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법왜곡죄 도입으로 인해 악성 민원인이 고발장에 적을 수 있는 죄목만 하나 더 늘어났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최근에는 판검사들이 명예퇴직을 앞두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수사기관에 자신이 피의자로 입건된 사건이 있는지를 묻는 경우가 잦아졌다고 한다.
한 검찰 관계자는 "퇴직 전에 사건 결론을 빨리 내달라는 취지로 진정하는 분들도 있다"며 "진짜 비위가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악성 민원인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법왜곡죄를 수사하는 경찰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혐의 특성상 행위자가 '의도적으로 법을 왜곡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법원이 내린 판결에 대해 법왜곡죄 고발이 이뤄지면 재판 과정 전체를 들여다보고, '고의적 왜곡' 여부를 가려내야 하는 점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1호 법왜곡죄 고발 대상인 조희대 대법원장 사건의 경우 현재 경찰이 수사 중이다. 조 원장은 지난 3월 12일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심리와 관련해 법왜곡죄로 고발당했다.
고발 취지는 7만여 쪽에 달하는 이 대통령 사건 기록을 검토하지 않고 판단을 내렸고, 그 과정에서 타인(이 대통령)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법을 왜곡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법부 수장인 조 원장을 입증 난도가 높은 법왜곡죄로 경찰이 수사하는 전대미문의 상황에 법조인들은 고개를 갸웃한다.
경찰도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한 듯 내부적으로 법왜곡죄와 관련한 수사 지침을 마련하는 등 준비를 하고 있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판단 기준 참고자료를 (각 서에) 내려보냈다"며 "구성요건 해석과 사실관계 등을 통해 처벌 가능성이 있는지, 사안 별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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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는 12일 법왜곡죄가 시행된지 두 달이 된다. 고의적 재판·수사 왜곡을 통제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시행 초기부터 판사·검사 등에 대한 고소·고발이 이어지면서 사법 독립 침해와 재판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왜곡죄가 법조 현장에 가져온 변화와 남은 과제를 총 3편의 기사로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