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 저항한 군단장·이근안 피해자 재심…檢 '과거사 회복' 주력(종합)
재심 증명 청구인→검찰 '적극 검토'…백지구형 아닌 '무죄' 방점
'재심 전담 수사관' 배치…첫 기일에 구형까지 '신속 종결' 노력
- 최동현 기자, 서한샘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서한샘 기자 = 검찰이 억울한 피해자와 희생자를 낳은 사건에 대한 재심(再審) 청구에 속도를 낸다. 당사자나 유족에게 확정판결에 준하는 '깐깐한 재심 청구 사유'을 요구했던 기존 태도를 바꿔, 검찰이 직접 과거 불법 수사나 재판 절차상 오류를 찾아내 적극적으로 희생자의 피해와 명예 회복을 돕겠다는 것이다.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제3차장검사는 27일 서울고검에서 브리핑을 열고 "검찰은 그동안 청구인의 신청에 따른 재심사건에서 '법적 안정성' 확보에 중점을 뒀지만, 이로 인해 '실질적 정의 실현'이라는 재심제도의 또 다른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며 향후 재심에 대한 접근방식을 전향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재심(再審)은 확정된 민·형사 판결에 중대한 오류가 있을 때 그 판결의 취소와 재심리를 청구하는 비상구제절차다. 당사자나 검사가 청구하는 통상의 재심 외에도 검사가 피고인을 위해 청구하는 '직권재심', 제주 4·3사건 등 개별 특별법에 근거해 재심을 청구하는 '특별재심' 등이 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고검과 중앙지검에 접수된 과거 공안사건 관련 재심 건수는 2023년 23건에서 지난해 137건으로 6배 늘었다. 같은 기간 재심을 청구한 사례도 23건에서 49건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올해 4월20일까지 접수된 재심 청구 사례는 46건으로, 이 중 19건은 집시법 위반 사건이다.
검찰은 최근 3년간 서울고검과 각 지검에 접수된 공안 관련 재심 청구 사건 218건 중 91건(41.7%)에 대해 재심 개시가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재심 개시 사건 107건 중 63건(58.8%)에 대해 무죄 혹은 면소를 구형하는 등 과거사 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 검찰은 1961년 5·16 군사 쿠데타를 반대·저지했다는 이유(반혁명죄)로 징역형을 받았던 당시 육군 6군단장 고(故) 김웅수 장군 사건에 대해 과거 사료를 직접 분석해 재심 개시가 타당하다는 의견을 지난 1월 서울고법에 제출했다. 당시 수사 기록이 전혀 없이 판결문만 남은 상황이었지만, 과거 사료와 언론 보도 등을 분석해 125일여간 구속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고문 기술자'로 악명을 떨쳤던 이근안 전 경기도 대공분실장의 1987년 사건에 대해서도 지난 2월 재심을 청구했다. 당시 검찰은 1999년 서울지검 강력부가 당시 이 씨의 고문행위를 밝혀냈었지만, 장기간 해외 도피로 공소시효가 만료돼 이 씨를 독직폭행죄로 기소하지 못했다. 이에 검찰은 피해자가 당시 불법구금 상태로 수사받은 사실까지 확인해 지난 2월 재심 개시 의견을 냈다.
이 밖에도 검찰은 △'조선정판사 위조지폐 사건' 주모자로 몰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 이 모 선생의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구형하고 △1985년 4월 군사정권 퇴진 집회를 열었다가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을 '5·18 특별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직권으로 무죄를 구형했다.
검찰은 과거보다 폭넓은 잣대를 적용해 재심 청구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잘못된 수사나 재판 절차가 있었다는 증거를 청구인이나 그 유족이 입증해야 했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검찰이 직접 증거를 수집해 재심을 청구하겠다는 것이 주요하다.
먼저 청구인 측은 수사기관과 달리 확보할 수 있는 자료가 제한적이란 한계를 고려해 검찰이 적극적으로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청구인 주장의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판단되면 재심 개시 의견을 적극 개진하기로 했다.
특히 기록이 폐기된 경우에도 진실과화해위원회·국가기록원 사료 등을 폭넓게 수집해 당시 수사기관의 불법 행위를 검증할 방침이다. 또 양형을 재판부에 맡기는 백지구형이 아닌 무죄를 구형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재심 업무방식도 '피해자 중심주의'로 개선한다. 검찰이 재심 개시 기각 의견을 냈더라도 법원이 재심 개시를 결정한 경우엔 인용 가능성과 재심 청구인의 명예회복 필요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항고를 검토할 예정이다. 또 재심 첫 기일에 구형해 신속한 심리 종결을 끌어내기로 했다.
아울러 중앙지검 공공수사제1부(부장검사 윤수정) 산하에 '재심 전담 수사관'을 배치해 공공수사지원과 소속 수사관을 재심 업무에 투입하는 등 신속한 재심 업무 처리에 필요한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김태훈 3차장은 최근 '수사-기소 분리'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이 추진 중인 점을 언급하면서 "검찰의 공익 대변자, 인권 보호자 역할에 대해서도 진지한 성찰이 부각되고 강조되는 시점"이라며 "검사의 역할이나 국민들이 바라는 모습에 부합하기 위해 중앙지검에서도 과거사 사건 접근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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