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과거사 재심 '쉬운 청구' 속도낸다…무죄·면소 적극 구형
재심 사유 증명 청구인→검찰 '적극 검토'
'전담 수사관' 배치…구형까지 '신속 종결' 노력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검찰이 억울한 피해자와 희생자를 낳은 사건에 대한 재심(再審) 청구에 속도를 낸다. 당사자나 유족에게 확정판결에 준하는 '깐깐한 재심 청구 사유'를 요구했던 기존 태도를 바꿔, 검찰이 직접 과거 잘못된 수사나 판결상 오류를 찾아내 적극적으로 희생자의 피해와 명예 회복을 돕겠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27일 "검찰은 그동안 청구인의 신청에 따른 재심사건에서 '법적 안정성' 확보에 중점을 뒀지만, 이로 인해 '실질적 정의 실현'이라는 재심제도의 또 다른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며 향후 재심에 대한 접근방식을 전향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재심(再審)은 확정된 민·형사 판결에 중대한 오류가 있을 때 그 판결의 취소와 재심리를 청구하는 비상구제절차다. 당사자나 검사가 청구하는 통상의 재심 외에도 검사가 피고인을 위해 청구하는 '직권재심', 제주 4·3사건 등 개별 특별법에 근거해 재심을 청구하는 '특별재심' 등이 있다.
중앙지검에 따르면 서울고검과 중앙지검에 접수된 과거 공안사건(국가보안법·집시법 위반) 관련 재심 건수는 2023년 23건에서 올해 4월 20일 기준 137건으로 6배 늘었다. 같은 기간 재심을 청구한 사례도 23건에서 49건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고문기술자'로 악명을 떨쳤던 이근안 등 수사기관의 고문·가혹행위가 만연했던 1960~1970년대 간첩사건 외에도, 1980~1990년대 긴급구속 절차에 따르지 않고 임의동행·보호유치 후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탈법적 수사관행이 문제가 됐던 집시법 위반 재심 청구가 급증하는 추세다.
이에 검찰은 최근 3년간 서울고검과 각 지검에 접수된 공안 관련 재심 청구 사건 218건 중 91건(41.7%)에 대해 재심 개시가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재심 개시 사건 107건 중 63건(58.8%)에 대해 무죄 혹은 면소를 구형하는 등 과거사 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향후 과거보다 폭넓은 잣대를 적용해 재심 청구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잘못된 수사나 재판 절차가 있었다는 증거를 청구인이나 그 유족이 입증해야 했던 과거 방식을 탈피해, 검찰이 직접 증거를 수집해 재심을 청구하겠다는 태도 전환이 골자다.
먼저 과거 사건은 기록 보존기간이 지나 폐기되거나, 수사기관이 아닌 재심 청구인이 확보할 수 있는 자료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을 고려해 검찰이 적극적으로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청구인 주장의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판단되면 공익의 대표자로서 책임감 있게 '재심 개시가 타당하다'는 의견을 개진할 계획이다.
특히 기록이 폐기된 경우에도 진실과화해위원회 조사자료, 국가기록원 보관 자료, 역사적 자료 등을 폭넓게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피고인의 불법 구금 가능성' 등 적법절차 위반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증하기로 했다.
또 원판결 증거들에 대해 증거능력 및 증거가치를 엄격하게 검토하고, 그 결과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양형을 재판부에 맡기는 백지구형이 아닌 무죄를 구형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재심 업무방식도 '피해자 중심주의'로 개선한다.
검찰이 재심 개시 기각 의견을 냈더라도 법원이 재심 개시를 결정한 경우엔 인용 가능성과 재심 청구인의 명예회복 필요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항고를 검토할 예정이다. 또 재심 첫 기일에 증거관계와 구형을 검토해 신속한 심리 종결을 끌어내기로 했다.
아울러 중앙지검 공공수사제1부(부장검사 윤수정) 산하에 '재심 전담 수사관'을 배치해 공공수사지원과 소속 수사관을 재심 업무에 투입하는 등 신속한 재심업무 처리에 필요한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중앙지검은 "앞으로 검찰은 공익의 대표자로서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틀 안에서 개별 사건의 정의 실현과 국민 신뢰 회복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재심 제도가 운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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