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담합 노하우' 특강도 함께 들었다…전분당 4사 25명 무더기 기소(종합)
8년여 간 10조1520억 짬짜미…식품담합 중 최대
전·현직 경영진, 협회장까지 조직적으로 범행 가담
- 최동현 기자, 김종훈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김종훈 기자 = 10조 원대 전분 및 당류(전분당) 가격 담합 의혹을 받는 대상·사조CPK·CJ제일제당 3사와 한국전분당협회 전·현직 경영진 및 임원진 20여명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10조 원대 가격 담합 사건은 국내 식료품업계 사상 최대 규모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23일 대상·사조CPK·CJ제일제당 3개 법인과 임 모 대상 대표, 이 모 사조CPK 대표, CJ제일제당 전 식품한국총괄 A 씨 등 전·현직 경영진 20명, 한국전분당협회장 B 씨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대상 김 모 사업본부장은 지난 16일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당초 수사선상에 올랐던 삼양사는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임 대표 등은 지난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약 8년에 걸쳐 전분당 및 부산물 가격을 미리 맞추고, 서울우유·한국야쿠르트·농심·OB맥주·하이트진로·포스코 등 6개 대형 실수요처의 입찰 과정에서 가격을 합의해 총 10조 1520억 원의 가격 담합을 한 혐의를 받는다.
10조 원대 가격 담합은 국내 식료품 담합 사건 중 역대 최대 규모다. 구체적으로 전분당 가격 담합은 7조 2980억 원, 입찰 담합은 1조 160억 원, 부산물 가격 담합은 1조 8380억 원 씩이다. 국내 전분당 시장 90%를 장악하는 과점 업체들의 전·현직 경영진과 협회장까지 조직적으로 가세한 '담합 관행'의 민낯이 드러난 셈이다.
전분당은 물엿·포도당·액상과당·올리고당 등 감미료를 통칭하는 필수재다. 또 사이다, 콜라, 우유, 맥주, 과자 등 일상 속 생필품과 가축 사료로도 쓰인다. 전분당 가격을 인위적으로 높이면 일반 국민은 물론 농축산가까지 전방위적으로 피해를 보는 구조다.
검찰은 지난 2월 대상·사조CPK·CJ제일제당·삼양사 4사를 압수수색하고, 3월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요청권을 행사하며 수사를 본격화했다. 이달 16일에는 가격 담합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대상의 김 사업본부장을 구속 기소하고, 경영진 등 '윗선 수사'를 벌여왔다.
수사 결과, 8년에 걸친 가격 담합은 은밀하고 치밀하게 이뤄졌다. 전분당 4사는 제품별로 미리 가격 조정 시기와 폭을 합의한 뒤, 거래처에는 가격 인상 폭과 공문 발송 시기를 다르게 정하는 수법으로 담합 정황을 감췄다.
예컨대 전분 가격을 ㎏당 55원에 맞추기로 합의한 뒤, 거래처에 A 업체는 58원, B 업체는 60원, C 업체는 62원을 각각 제시하는 식이다. 전분당 업체들은 가격 담합 경력이 많은 팀장급 직원을 '일타 강사'처럼 데려와 화이트보드에 강의까지 받는 등 노골적인 담합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대형 실수요처와 거래할 때는 각 사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미리 담합한 가격안이 반영될 수 있도록 사전에 낙찰업체와 투찰가격을 합의하기도 했다. 이중 대상·사조CPK·CJ제일제당 3사는 부산물 가격을 매달 합의, 거래처에 공동 가격을 통보하는 대담함까지 보였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가격 담합은 '소비자 피해'로 전가됐다. 검찰에 따르면 담합 전 대비 전분 가격은 최고 73.4%, 과당류 가격은 최대 63.8% 치솟았다. 특히 물엿의 소비자 물가 지수는 39.05% 급등해 평균 물가상승 인상률(16.61%)을 두 배 이상 웃돌았다.
전분당 4사는 가격 담합 기간 연평균 매출액은 24.5% 증가하고 10%대 영업이익률을 달성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장 소비자가 부담한 셈이다. 검찰은 가격 담합에 따른 소비자 피해액이 적게는 1조 원에서 많게는 1조 93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수사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대상 임 대표와 김 사업본부장, 사조CPK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김 사업본부장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열흘 뒤 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지만 '소명 부족'으로 재차 기각됐다.
검찰은 담합 사건을 전담하는 공정거래조사부의 수사 권한과 인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공정위 인력이 167명 늘어난 반면, 검찰 인력은 6명뿐인 점을 언급하면서 "검찰권 기능 개편 과정에서 공소청이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든 대폭 수사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담합 사건 처벌 규정 강화도 필요하다고 봤다. 검찰 관계자는 공정위가 반복 담합 사건은 과징금 100%를 가중할 방침인 점에 대해 "대상 직원이 5000명인데, 회사가 망할 정도로 과징금을 매기면 가격 담합에 가담한 수십명 때문에 나머지 4900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어야 하느냐"며 "개인 처벌 강화와 병행됐을 때 (과징금 가중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이재명 정부 들어 담합 사건 등 민생경제 범죄 수사에 고강도 드라이브가 걸린 만큼, 서민경제를 위협하는 공정거래사범을 엄단한다는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번 기소 대상에서 빠진 삼양사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향후 재판 과정을 보며 기소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 본건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서민 경제를 교란하는 담합 범행에 관여한 개인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범죄에 지속적으로 엄정 대응하겠다"고 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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