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주면 사건 종결" 억대 뇌물 챙긴 前 관세청 수사팀장 구속 기소
피의자·가족 재력 파악한 뒤 금품 요구…총 1억4500만원 수수
檢 "내사 종결 땐 검찰 보고 없어…동종 범행 성행 전 보완을"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검찰이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권한을 남용해 마약사건 피의자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고 수사 편의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 전직 관세청 수사팀장을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이상혁)는 관세청 서울세관 소속 수사팀장이었던 A 씨를 특정범죄가중법 위반 혐의(뇌물) 등으로 구속기소 했다고 21일 밝혔다.
또 사건 무마 및 불구속 수사 등 수사상 편의를 대가로 A 씨에게 수천만 원대 금품을 제공한 혐의(뇌물공여)를 받는 피의자 부모 B 씨와 C 씨도 불구속 기소했다.
A 씨는 가상화폐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023년 9월부터 2024년 8월까지 마약밀수사범 및 관세법위반사범 등 5명으로부터 불구속 수사·사건 무마 명목으로 총 1억45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담당 사건 피의자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직업·가족관계·재력 등을 파악한 뒤 사건의 중대성을 강조하며 '구속되거나 거액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취지로 겁박했다.
A 씨는 '마약 밀수는 중대 범죄로 구속 사안이나 구속되지 않게 해주겠다', '대학교수인 배우자는 입건되지 않게 해 주겠다', '현금을 주면 그 돈으로 사건을 아예 그냥 종료해 버리겠다' 등 노골적으로 뇌물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A 씨는 2023년 9월 코카인 밀수 혐의로 긴급체포한 D 씨와 그의 부친인 중소기업 회장 B 씨에게 불구속 수사를 조건으로 5000만 원을 요구했고, 뇌물을 받은 뒤 D 씨를 석방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합성대마 매매 혐의 피의자 E 씨의 어머니이자 전 대학교수 C 씨로부터 사건 무마 명목으로 2000만 원을 받아 챙겼다.
이듬해인 2024년 5~8월엔 의류수입업체를 운영하는 F 씨, G 씨, H 씨에게 '관세포탈로 세금과 벌금이 수억 원 부과될 수 있다'고 겁박하면서 총 7500만 원의 뇌물을 요구하기도 했다.
A 씨의 '대담한 범행'은 검찰 수사에서 덜미가 잡혔다. 당초 관세청은 A 씨를 단순 뇌물요구 혐의로만 고발했는데, 검찰이 직접 수사에 착수하면서 고발된 범죄사실 외 추가 범행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A 씨는 지난 2월 구속기소된 후 이날 추가로 재판에 넘겨지게 됐다.
검찰은 A씨가 수사팀장으로 재직하던 기간 담당했던 다른 사건들과 그 기간 계좌거래내역에 대해서도 추가 검토할 예정이다. A씨의 상사·동료 직원들은 그의 불법 행위를 전혀 알지 못했다고 진술해 내부 공모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검찰은 이번 사건으로 특사경의 사건 관리 시스템에 허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A씨는 내사 사건을 진행하다가 피의자와 그 가족들에게 '관세포탈 등 중대 범죄 혐의가 인정된다'고 겁을 줘 뇌물을 챙겼는데도, 정작 내사 결과 보고서에는 관세포탈 혐의 수사 진행 사실이 전혀 기재되지 않았고 검찰에 보고도 없이 자체 종결됐다.
현행 규정상 내사 종결 시 검찰에 보고하는 규정이 없다. 관세청 고발이 없었다면 A 씨의 범행은 '완전 범죄'가 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특사경이 수사 과정에서 무분별하게 별건 혐의를 내사하고 임의로 종결하는 등 수사 권한을 남용하는 행위는 검사의 특사경에 대한 지휘·감독권 폐지 이후 더욱 심화할 것"이라며 "특사경의 사건 관리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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