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보완수사' 경찰 온도차…주니어 80% "필요"vs베테랑 70% "불필요"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보고서…65.2% "檢 보완수사·요구권 필요"
일반 국민 58.5% "보완수사 요구권 필요"…"검경 협력제도 개선" 97%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놓고 경찰 간부급과 저연차 실무진의 인식이 정반대로 엇갈린다는 국책연구기관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력 10~20년차 중견급 경찰들은 70%가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필요 없다고 느낀 반면, 10년차 미만 주니어 경찰들은 80%가 검사의 보완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경찰 35.2% '검사 보완수사권 인정해야'…30.5% '보완수사 요구권이면 충분'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KICJ)은 최근 이같은 설문 결과를 담은 '수사체계 재정립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국민 설문은 전국 성인남녀 1000명, 경찰 설문은 현직 경찰관 105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 시점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설치법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해 9~10월이다.

주목할 점은 '검사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경찰 저연차 실무진과 간부급의 인식이 정반대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수사 부서 근무 경력 3년 미만 집단은 88.9% △3년 이상 5년 미만 집단은 79.3% △5년 이상 10년 미만 집단은 60.0%가 '검사의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반대로 10년 이상 15년 미만, 15년 이상 20년 미만 집단은 검사의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각각 30.0%, 33.3%에 그쳤다. 경력 20년 이상 집단은 오히려 검사의 보완수사 필요성에 찬성하는 응답이 80%를 기록하기도 했다.

검사의 보완수사에 대한 의견을 묻는 항목에선 '보완수사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응답이 35.2%로 가장 높았다. 이어 △검사에게 보완수사 요구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충분하다(30.5%) △임의수사 등 일정한 경우에 한정하여 보완수사 요구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충분하다(14.3%) △지휘를 받으면서 보완 수사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11.4%) 순이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8.6%였다.

일반 국민의 절반 이상이 경찰에 대한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권의 필요성에 공감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KICJ가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에 대한 적절성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58.5%가 '적절하다'고 답해 '부적절하다'(16.0%)는 응답의 3.7배에 달했다. 특히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아본 국민은 '적절하다'는 응답이 62.7%로 더 높았다. 사건 당사자가 돼본 사람일수록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권에 대한 필요성을 더 강하게 인식했다는 평가다.

'수사체계 재정립에 관한 연구' 보고서(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제공)
경찰 97% "검경 협력관계 개선을"…英 '조기조언제도' 주목

특히 '현행 검·경 협력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경찰 응답은 97.1%에 달했다. 사실상 경찰 조직 전반이 현 체계의 손질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의미다. 10월 중수청·공소청 출범을 앞두고 형사소송법 개정 등 '제2의 형사사법 체계' 구축을 위한 각론(各論) 논의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경찰들은 검·경 협력체계의 최대 문제점으로 '상호 협력 및 소통 환경이 마련되지 못했다'(41.2%)를 꼽았다. '보완수사 및 재수사로 인한 핑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응답도 39.2%로 높았다. 이어 △협력 및 소통 의식 문화 부족(15.7%) △충분한 통제장치로 기능하지 못함(3.9%) 등이 뒤를 이었다.

보고서는 영국의 '조기조언제도'(Early Advice)를 국내 형사사법 체계에 폭넓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영국은 한국보다 40년 먼저 수사·기소권 분리를 추진했다. 영국도 왕립기소청(CPS)과 수사기관 간 핑퐁 게임 등 부작용을 겪었는데, 검사의 조언이 필요한 유형 및 절차를 명문으로 규정한 조기조언제도로 해법을 찾았다.

조기조언제도는 수사 초기부터 검사가 수사기관(경찰)에 수사적·법률적 조언을 제공해 수사 효율성과 기소율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시스템이다. 검사는 수사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반대로 경찰도 의무적으로 '검사의 자문'을 구해야 한다. '수사-기소 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절충안인 셈이다.

특히 조기조언제도는 경찰이 검사에게 자문을 구해야 하는 수사 단계와 범죄 유형을 '가이드라인'으로 정하고 있다. 예컨대 가이드라인 7.3은 '중대 사건, 민감한 사건 또는 복잡한 사건에서 경찰 수사관은 검찰에 조기조언을 요청하는 것을 고려해야만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경찰이 검사의 자문을 '구해야 하는 경우'를 정하고 있는 가이드라인 부록6은 △사망 사건 △강간 및 중대 성범죄 사건 △현대적 노예화 및 인신매매 사건 △다수 피해자 혹은 피의자가 문제 되는 사건 △검사의 검토에 현저히 90분 이상 소요될 사건 △유럽연합(EU) 수사명령 요청 또는 기타 국제형사사법 공조 요청이 필요한 사건 △대규모 사기 사건 △대규모 공공안전 사건 등 범죄 유형을 세분화하고 있다.

박경규 KICJ 연구위원은 "검사에 의한 수사·기소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수사권자와 기소권자를 조직적으로 분리할 수는 있겠지만, 영국의 조기조언제도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수사활동과 기소 여부 판단은 기능상으로 완전히 분리될 수는 없다"고 지적하면서 "우리나라도 법령에서 조기조언이 필요한 범죄군을 확대하고, 조기조언의 구체적인 방법·절차를 현재보다 상세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