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과자 대기발령 후 해고…법원 "개선 기회 주지 않은 해고 부당"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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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한수현 기자 = 근로자의 근무 능력이 향후 개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려울 정도가 아니라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부장판사 최누림)는 A 씨가 B 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A 씨에 대해 한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A 씨는 B 사에 2000년 12월 입사해 영업직 사원으로 근무하면서 판매 업무를 담당했고, 담당·과장 등을 거쳐 2019년 2월 팀장으로 승진한 뒤 2023년 7월까지 인테리어사업부 산하 팀에서 팀장으로 근무했다.

B 사는 매년 직원을 대상으로 인사평가를 실시했다. A 씨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인사평가에서 5점 만점 중 가장 낮게는 2.7점을, 가장 높을 때는 4.5점을 받았다.

B 사는 인테리어사업부의 실적 악화를 이유로 조직개편을 시행했다.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A 씨를 포함한 12명의 직원을 저성과자로 분류했고, 2023년 8월 A 씨를 대기발령 했다.

B 사는 대기발령 대상자에게 위로금 지급 등을 조건으로 사직을 권고했다. 그러나 A 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인사팀으로 보직 변경돼 역량 향상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A 씨는 약 3개월씩 두 차례에 걸쳐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나 평가점수 미달로 현업에 복귀하지 못했고, 인사위의 의결을 거쳐 해고 통지를 받게 됐다.

이에 불복한 A 씨는 자신에 대한 대기발령 및 해고가 무효이고, 대기발령 이후 미지급한 임금 등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A 씨는 "대기발령은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고, 부당해고의 수단으로 활용됐다"며 "역량 향상 프로그램은 달성이 불가능한 목표를 제시하고 교육 및 전환 배치 등을 통한 근무 능력 개선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등 사실상 해고를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B 사의 해고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대기발령 이후 지난해 6월까지 미지급한 임금 등 1억 2200여만 원을 A 씨에게 지급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A 씨의 근무 성적이나 근무 능력의 부진이 다른 근로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한 기간 동안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하고 향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려워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 사건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A 씨는 2021년 이후로 매년 더 큰 규모의 조직과 인원을 관리하는 부서의 팀장으로 보직 및 소속이 변경됐다"며 "회사로서는 근무 성적이 부진한 사람을 대규모 조직 팀장으로 발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식과 경험칙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근로자의 근무 성적이나 근무 능력이 불량하더라도 교육이나 전환 배치를 통한 개선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채 해고하는 것은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 사의 역량 향상 프로그램은 사실상 달성이 어려운 목표를 도전 과제로 설정해 직원들의 업무능력 개선과 복귀를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퇴출을 목적으로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가 역량 향상 프로그램을 통해 A 씨에게 교육이나 전환 배치를 통한 개선 기회를 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양측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그대로 확정됐다.

sh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