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유심 해킹' 9천명 손배소 시작…원고 중복·가입자 여부 공방

1인당 50만 원 배상 청구…총 45억여 원 규모
재판부 "정신적, 재산 손해 여부 특정해야"

서울의 한 SKT대리점. 2025.11.21 ⓒ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한수현 기자 = 지난해 발생한 SK텔레콤 유심(USIM·가입자 식별 모듈)정보 해킹 사건과 관련해 소비자 9000여 명이 SK텔레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부장판사 김석범)는 26일 김 모 씨 등 9165명이 SK텔레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변론기일에서는 원고들의 위임 문제와 SK텔레콤 가입자 여부 확인 문제를 둘러싸고 양측의 공방이 벌어졌다.

SK텔레콤 측은 일부 원고들이 소송 당사자로 중복 참가한 것이 확인됐고, SK텔레콤 이용자인지 확실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의 대리인은 "구글 폼 등 굉장히 간이한 방법으로 상당수 (소송 위임을) 받았고, 아이디 하나로 복수의 사람이 신청하는 것도 가능했다"며 "가족 등 확인 없이 (소송 위임을) 진행하는 게 얼마든지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원고의 위임뿐만 아니라, 과연 원고들이 (SK텔레콤) 이용자인지 불확실하다"며 "본인이 위임했다는 것이 확인돼야 소송이 출발할 수 있고 그에 대한 증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원고 측 대리인은 "집단소송의 경우 네이버 폼이나 여러 방식으로 (소송) 참가 신청을 받고, 이외 방법으로 진행한 사례가 없다"며 "피고 측 주장은 실제 소송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을 가짜 원고로 세운다는 취지로 들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소송을 지연시켜서 나머지 피해자들의 소송 참여를 막으려는 지연 전술로밖에 안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민사소송법상 위임의사가 있는지 검증 절차를 요구할 수 있다"며 중재에 나섰다.

재판부는 원고로 참여한 당사자들의 신분증을 제출하거나 전산 작업으로 본인확인 등을 거쳤다면 본인 의사를 확인한 것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원고 측 대리인은 "네이버 폼이나 구글 폼의 경우 아이디를 가지고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다"며 "다른 사람의 이름과 주민번호, 연락처를 모두 기재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예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소송 참여 신청 시스템에 대한 설명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원고 측에 요청했다. 아울러 피고 측에도 다른 사람을 대신해 신청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설명 자료를 제출하면 본인 확인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원고들의 SK텔레콤 이용자 여부와 관련해선 원고에게 증명 책임이 있지만, SK텔레콤 측에서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SK텔레콤 측에서 가입자 여부 확인 방법을 알려주면 그 방법에 따라 원고 측이 증명해달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원고 측에는 유심 정보 유출로 인해 발생한 손해가 정신적 손해인지 재산 손해인지를 특정하고, 이에 대해 증명해달라고 했다.

재판부는 오는 7월 9일을 다음 변론기일로 지정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발생한 SK텔레콤의 유심 정보 유출 이후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소송 중 다수의 원고가 참여한 사건 중 하나다. 소가만 45억여 원에 달한다.

원고들은 SK텔레콤 측에 △정보보호 의무 및 신고 의무 위반 등 명백한 과실 인정 및 모든 피해자에 진심으로 사죄 △유출 정보의 정확한 내용과 범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유심 비밀키(K) 유출 여부를 명확히 밝힐 것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에 1인당 50만 원의 위자료 및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 등을 주장하고 있다.

sh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