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측 "내란 인식하고 가담 아냐"…尹 판결문 언급하며 무죄 주장

"국헌문란 목적 인식 안하면 내란죄 죄책 없어" 尹 1심 언급

한덕수 전 국무총리. 2026.1.21 ⓒ 뉴스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 측이 항소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1심 판결을 언급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내란전담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2-1부(부장판사 이승철 조진구 김민아)는 11일 오전 10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한 전 총리의 2심 첫 공판을 열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넥타이 없이 흰 셔츠에 검은 양복을 입고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이날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일부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유죄 판단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특검팀은 사후 비상계엄 선포문 작성·폐기와 관련한 원심의 허위공문서 행사 혐의에 대해 "허위공문서 작성·행사는 실제 신용을 해하는 결과 발생이 필요하지 않고 위험성만 있으면 성립한다"며 "문서를 대통령실에 비치한 것은 언제든지 사용될 수 있는 상태에 놓였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비상계엄 선포 뒤 추경호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와의 전화에서 '걱정하지 말라'고 한 부분에 관해선 "비상계엄이 지속될 것이라는 신뢰를 부여한 행위"라며 "국회 상황을 살피고 비상계엄 해제 결의를 저지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 밖에도 특검팀은 비상계엄 선포 뒤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일정을 대신해달라는 지시를 수용한 점,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의결 이후 국무조정실장의 국무회의 개최 건의를 묵살한 점 등도 모두 유죄로 인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한 전 총리 측은 "국무총리로서 적극적으로 윤 전 대통령을 설득·만류했지만, 결과적으로 독단적으로 비상계엄 선포를 저지하지 못했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헌정질서에 심각한 혼란이 야기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한다. 현재 깊은 자괴감을 느끼고 자책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만 1심에서와 마찬가지로 일부 위증 혐의를 제외한 나머지 공소사실은 모두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판결문 내용을 언급하며 원심 판단의 법리 오류를 지적했다.

한 전 총리 측은 "(윤 전 대통령의 1심은) 국헌문란 목적을 인식·공유하지 않은 채 절차나 실력 행사에만 가담한 경우 집합범으로서의 내란죄 죄책을 부여하지 않고 별개 죄책만 부담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전 총리의 1심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유가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곧바로 내란이 성립한다는 전제하에 한 전 총리가 가담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적·역사적 책임을 별론으로 하고 당시 비상계엄 선포가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하는 내란에 해당한다는 점을 알면서도 가담했다는 원심 판단에는 명백한 사실·법리 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특검팀의 재판 중계 신청을 받아들였다. 다만 "오후 2시 진행 예정인 증인 신문 절차에서 해당 증인들이 재판 중계 불허 신청을 했다"며 "특검과 피고인 측 의견을 청취한 뒤 중계 허가 여부를 오후에 고지하겠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행사를 사전에 견제·통제할 수 있는 국무회의 부의장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불법 비상계엄 선포를 방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와 함께 2024년 12월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비상계엄 후 절차적 하자를 은폐하기 위해 허위로 작성한 계엄 선포 문건에 윤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각각 서명하고 이를 폐기하도록 요청한 혐의가 있다.

지난해 2월 20일 윤 전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의 증인으로 나와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도 적용됐다.

1심은 12·3 비상계엄을 '위로부터의 내란', '친위 쿠데타'로 규정하면서 한 전 총리에게 중형인 징역 2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특검팀의 구형량(징역 15년)보다 8년 더 무거운 형량이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