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포고령 위헌·위법" 이의 제기한 법무부 간부…박성재는 '침묵'

23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공판
승재현 인권국장 증인신문…"2차 계엄 두려운 상황이라 새벽 퇴근"

12·3 비상계엄 가담·김건희 수사 청탁 혐의로 기소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6.2.23 ⓒ 뉴스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12·3 비상계엄 선포 후 열린 법무부 비상 간부 회의에서 "포고령 1호는 명확히 위헌·위법"이라는 의견이 나왔지만,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고위 간부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23일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의 공판기일을 열고 승재현 법무부 인권국장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승 국장은 비상계엄 선포 후 실국장급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법무부 기조실장으로부터 '모여야 하지 않느냐'는 취지의 메시지를 받고 비상 간부 회의에 참석했다고 한다.

승 국장은 이후 자택에서 법무부로 출발해 오후 11시 36분쯤 회의실에 도착했고, 박 전 장관은 기조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승 국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분위기가 무거워서 누군가 먼저 말할 분위기가 아니었고, 장관이 몇 가지를 질문했다"며 "장관께서 당황하고 황망한 상태로 들어와서 질문하는 첫 번째 내용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기준이 되는 법령이나 매뉴얼이 있나'는 질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법무부 간부들은 특별한 답을 하지 않았고 박 전 장관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계엄이 선포됐으니, 합수부가 창설될 수 있다. 요청 사항이 있으면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해 봐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승 국장에 따르면 당시 법무부 비상 간부 회의에서 총 3명의 간부가 비상계엄에 대한 반대 또는 검토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박 전 장관은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법무부 국제국장이 '교수들에게 (비상계엄에 대한) 의견을 물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건의했지만, 박 전 장관이 동의하지 않았다.

승 국장도 "포고령 1호 중 국회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은 헌법 77조 5항의 국회의원 과반수 찬성 시 계엄 해제 규정에 반해 명확히 위헌·위법"이라고 말했다.

승 국장은 이날 법정에서 "우리는 법무부라서 그런 법리 검토가 필요할 듯해서 작은 목소리로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회의 종료 말미에 참석한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이 회의는 계엄 회의이냐. 어떠한 장관의 지시도 따르지 않겠다'는 취지로 말하고 회의실을 뛰쳐나갔다고 한다.

박 전 장관이 간부들의 이의 제기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에 대해 승 국장은 "(박 전 장관이) 계엄에 찬동하고자 했다면 격노했겠지만, 마지막까지 그런 부분은 없었다"고 말했다.

류 전 감찰관이 나간 후 다음 날 0시 5~6분쯤 누군가 포고령이 떴다고 말해 각자 확인했고, 분위기가 무거워졌다고 한다.

승 국장은 회의 중 들어온 신용해 전 법무부 교정본부장이 장관의 질문이 없었는데도 "준비됐습니다"라고 답했다고 진술했다.

승 국장은 "신 전 본부장은 '내가 해야 할 일을 했다'는 뉘앙스였다. 자기 할 일을 했다고 나지막이 말했던 것 같다"며 '무엇을 준비했는지에 대해 회의 때 말이 없었나'는 내란 특검 측 질문에 "특별한 말이 없었다"고 답했다.

이후 박 전 장관은 '계엄 상황에서 교정본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나'는 취지로 신 전 본부장에게 물었다고 한다.

박 전 장관은 또 '합동수사본부에서 요청이 오면 검찰국에서 할 일을 검토하라' '출입국과 교정 관련 문제를 검토하라'는 취지로 말했다.

승 국장은 회의 종료 후 법무부 대변인을 찾아 "문제가 있으니 잘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고, 대변인은 "헌법에 반할 수 있으니 엄정하게 중립을 지키는 게 맞다"고 답했다고 증언했다.

승 국장은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오전 3시 32분쯤 퇴근했는데, "기자들에게 전화가 와서 '국회 해산이면 계엄은 끝이고 2차 계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면서도 "두려운 상황이라 2차 계엄이 없고 '대통령이 해제해야 하지 않나'는 확신이 든 후 퇴근했다"고 말했다.

shush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