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재판소원 통해 헌재 무소불위 권력 가져…국민 소송지옥 빠져"

헌재 입장 반박…"헌재, 태생적으로 정치적 재판기관"

대법원 판결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12일 서울시 서초구 대법원에서 직원 등이 오가고 있다. 2026.2.12 ⓒ 뉴스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한수현 기자 = 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재판소원 허용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재판 소원을 통해 헌법 해석 권력을 집중시키면 헌법재판소는 통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게 된다"며 "국민은 4심제의 희망 고문과 소송 지옥에 빠지게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18일 언론에 배포한 10쪽 분량의 참고 자료를 통해 "재판소원으로 인해 발생할 소송절차에서의 여러 문제와 관련해 충분한 논의와 검토 없이 헌재가 급박히 제시한 의견에 따라 법안이 통과된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우리 헌법은 1987년 헌재를 신설하면서 재판소원을 허용하지 않았다"며 "재판소원은 우리 헌법 체제와 규정에 맞지 않아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3일 헌재가 참고 자료를 통해 "헌법은 헌법재판권을 헌재에 귀속시킴으로써 재판소원의 헌법적 근거를 분명히 하고 있다"고 주장한 지 5일 만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법원행정처는 "헌법 해석 권한을 법원과 헌재에 나눠 부여했고, 어느 기관의 재판을 다른 기관이 다시 심사하는 것을 예정하지 않았다"며 "대법원과 헌재는 각자 다른 단계에서 헌법의 최종 해석기관"이라고 설명했다.

법원행정처는 그 근거로 헌법 제101조와 제107조 등을 들었다. 헌법 제101조에서는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제107조에서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 법원은 헌재에 제청해 그 심판에 의해 재판하도록 돼 있다. 아울러 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이 이를 최종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대법원 판결의 당부를 헌재가 일반적으로 다시 심판하는 재판소원은 이 규정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법원행정처는 "헌재는 태생적으로, 제도적으로 정치적인 재판기관"이라고도 주장했다.

법원행정처는 "사법권을 포함한 모든 국가권력의 통제 권한이 헌재에 집중되고, 이는 헌법의 최종 해석 권력을 분립시킨 주권자의 의사를 뒤집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헌법재판관 9명 중 3인은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임명하고, 3인은 국회가 선출하도록 정한 결과 임명권자를 비롯한 정치적 다수 세력의 정치적 성향이 간접적으로 반영된다"며 "법원의 재판은 당사자인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므로 정치로부터 고도의 독립성, 중립성 보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심으로 불복할 수도 없는 헌재 판단이 3심을 거쳐 고심하는 법원보다 나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며 "근본적인 제도 변경을 위해선 헌법개정권력의 주체인 국민 대다수의 동의와 공감대 형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행정처는 현재 3심제에서 재판소원으로 인해 4심제로 심급이 추가되면서 법적 불안정이 지속된다고도 주장했다.

법원행정처는 "헌법 규정과 재판소원 사유가 모두 추상적이어서 많은 패소 당사자는 기본권 침해를 주장하면서 재판소원을 하려 할 것"이라며 "소송의 장기화, 확정된 재판도 취소될 수 있다는 법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국가·시장·행정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거래 비용이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재판소원을 제기하면 피해자가 극심한 고통을 당할 수 있다"며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가진 자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하고, 중소기업과 서민의 권리구제 비용과 시간을 가중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99% 이상 각하될 재판소원 사건에 심판 자원이 낭비돼 헌재 본연의 기능인 위헌법률심판 등의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 우려된다"며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심판받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sh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