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반환 빗썸 코인 "부당이득 반환해야"…형사처벌 판단은 엇갈려

민사 소송 가능…반환 금액 두고 다툼 이어질 듯
대법, 유사사례 무죄 판단…환경 변해 처벌 가능성도

이벤트 보상 과정에서 비트코인(BTC) 62만 개(약 62조 원)를 잘못 지급하는 사태가 발생한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일주일간 수수료 면제 등을 시작한 9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강남점 전광판에 가상자산 시세가 나오고 있다. 2026.2.9 ⓒ 뉴스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한수현 기자 =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직원 실수로 대규모 비트코인이 잘못 입금되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130억 원 규모의 자산이 회수되지 않으면서 법적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회수되지 않은 비트코인에 대해 고객이 반환을 거부할 경우 민사소송을 통해 반환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형사 처벌이 가능할지를 두고는 의견이 나뉜다.

'부당이득반환 청구' 가능…코인원 사건에서도 인정

1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빗썸은 자발적인 반환을 유도하고 있지만 130억 원 규모의 자산은 이미 다른 계좌로 인출되거나 현금화한 것으로 알려져 반환을 거부하는 경우에 대비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빗썸은 지난 6일 오후 7시 이벤트 당첨자 249명에게 총 62만 원을 지급하려다 단위를 잘못 입력해 62만 개의 비트코인을 지급했다.

빗썸은 사고 발생 35분 뒤부터 오지급 계좌 거래와 출금을 차단하고 회수 작업을 진행했으나 약 130억 원 규모의 자산은 되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고객들은 비트코인을 매도해 현금화했고, 실제 인출하기도 했으며 다른 가상자산으로 구매한 이용자들도 있다.

빗썸은 우선 처분한 고객들과 접촉해 반환을 설득하고 있지만, 반환 요청을 거부하게 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민사적으로는 빗썸이 해당 고객들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민법 제741조에서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해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빗썸의 시스템 오류 및 실수로 인해 비트코인을 받게 된 것과 이를 처분해서 얻게 된 것이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2024년 8월 서울고법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이 서버 오류로 얻게 된 가상자산을 이용한 이용자들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한 1심 판단을 뒤집고 이용자들이 코인원에 일정 금액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법률상 원인 없이 (이용자들은) 회복된 잔고 상당의 이더리움 등을 이익으로 얻었다"며 "코인원은 이에 상응하는 손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이용자들은 회복된 잔고 상당의 이더리움 등을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판단된다"며 이더리움 300개 등을 코인원에 인도하라고 했다.

다만 부당이득 반환의 경우 원물 반환이 원칙이어서, 이미 일부 고객의 경우 현금으로 인출하거나 다른 가상자산으로 바꿨기 때문에 이에 대한 추가적인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원물반환이 원칙이고, 그 반환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일 경우 가액을 갚도록 하고 있다"며 "매도자들은 법률상 원인이 있는 것을 몰랐고, 그 반환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금액을 축소해서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소 과실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신의칙상 부당하다고 주장하겠으나 부당이득인 것은 명백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형사 처벌 두곤 의견 나뉘어…"변화한 가상자산 환경 고려하면 처벌 가능" 의견도

일부 고객이 빗썸 측의 반환 요청을 끝까지 거부할 경우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를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이번 사안과 닮은 2018년 삼성증권 유령 주식 사건에서 삼성증권 주식을 판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삼성증권 직원들은 자본시장법 위반, 배임 등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및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반면 대법원은 지난 2021년 12월 알 수 없는 경로로 잘못 이체된 비트코인 14억 원가량을 사용한 A 씨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한 바 있다.

이 사건 1·2심은 비트코인이 물리적 실체가 없다고 보고 횡령 혐의는 인정하지 않고, 배임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사람을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원심 판단이 배임죄의 법리를 오해했다고 봤다.

이어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취급되고 있지 않고, 그 거래에 위험이 수반되므로 형법을 적용하면서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후 파기환송심에서도 배임 혐의에 대해서 무죄로 판단하면서 최종적으로 무죄가 확정됐다.

다만 해당 사건 이후 가상자산 시장이 더욱 확대됐고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률도 제정되면서 가상자산의 재산적 가치에 대한 법원 판단이 바뀔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검사장 출신의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는 "위 사건에서는 가상자산에 대한 경제적 가치가 인정되지 못한 것인데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가상자산이 제도권에 편입되는 등 관련 변화가 많아 꼭 무죄가 선고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단시간 동안 빗썸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한 만큼, 처분한 사람의 행위가 사기적 부정거래 행위로 판단된다면 이를 적용해 기소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법을 적용한다면 횡령죄와 배임죄에 더해 사기적 부정거래 행위까지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오지급 사고로 인해 거래가 급락 등 손실이 발생한 고객들이 빗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 등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빗썸은 당시 접속해 있던 고객 모두에게 보상액을 지급하고, 추가되는 손실액에 대해서도 모두 보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피해가 발생한 고객이 향후 그 보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다만 빗썸과 빗썸 임직원 등에 대한 형사 책임을 거론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이 많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번 빗썸의 사고가 전산상 문제인지, 이벤트 담당자의 실수인지 등은 금융·수사기관의 확인이 필요하다"며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이 나온 뒤에야 법 위반 여부를 따져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0년 이후 가상자산 시장을 둘러싼 법률이 만들어졌으나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은 상황이어서 어떤 법률로 이러한 사안에 적용할 수 있을지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sh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