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독립 위한 직권남용 해석은 어디까지…양승태 2심이 던진 화두
1심 "직권없으니 남용 없다", 2심 "불신 초래가 재판권 침해"
"재판독립 기여" vs "유추해석 금지" 양론 팽팽
- 이세현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서 1심과 2심의 판단이 엇갈리면서 사법행정에서의 직권남용 법리 해석이 법조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사법행정권자가 재판에 관여할 권한 자체가 없다는 전제에 설 것인지, 권한이 없더라도 외형상 재판 관여로 평가될 수 있는 행위까지 형사책임의 대상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시각이 갈리면서 1, 2심의 판단이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두고 재판 독립을 보호하기 위한 형사법 해석을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4-1부(부장판사 박혜선 오영상 임종효)는 지난달 30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1심은 사법행정권자에게는 '재판 사무의 핵심 영역'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므로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직무권한이 존재하지 않고, 그 결과 직권남용죄가 성립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사법행정권자가 실제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없더라도, 구체적 사건의 재판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는 그 자체로 재판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 것이므로 직권을 남용해 개별 법관의 재판권 행사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권한의 형식적 존재 여부보다는, 그 행사가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중심에 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항소심 판단이 직권남용의 성립 여부를 넓게 평가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심 판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쪽은 이번 판결을 '재판 독립의 실질'을 살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본다.
현직 부장판사는 "사법행정권자가 재판에 관여할 수 없다는 점은 공통되게 보면서도, 외형적으로 관여한 것처럼 여겨져 국민들이 입장에서 오해할 만한 여지가 있다고 한다면 그 경우도 권한을 인정하는 취지로 (성립을) 넓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사법행정권자가 오해될 만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며 "항소심 재판부가 그 점을 고려해 판결을 한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최근 여러 가지 사건 속에서 직권의 범위를 완화한 판결이 있어 왔고, 이 재판부도 그 부분을 따온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과거 사법행정권자들의 행위가 부적절하다는 점은 누구나 다 공감할 수 있는 일"이라며 "항소심 판단이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심 재판부도 선고 당시 1심의 논리를 따를 경우 재판에 관여할 권한은 애초 그 누구에게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제3자의 재판개입에 대해 원칙적으로 어떠한 사안에서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성립될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기고, 결국 재판의 독립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2심보다 1심 판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쪽은 사법행정권이 재판에 관여할 권한 자체가 없다고 명확히 선을 긋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 또 비판을 떠나 형사책임이 성립되는지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재판 영역에 사법행정이 관여한다고 인정하는 것은 법관 스스로가 재판 독립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구조적으로 외부에서 재판에 개입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모순"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만약 사법 독립의 진정한 보장을 위해 무조건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면, 차라리 그렇게 밝히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법리를 굴절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대형 로펌의 변호사는 "외관상 그렇게 보이고, 처벌의 필요성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처벌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해당 범죄의 구성 요건을 충족했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인데, 사법행정권자에게 재판에 관여할 권한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남용은 인정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처벌의 필요성은 항상 모든 사건에서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죄형법정주의라는 건 법에 정해진 대로만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형사법에서 정해져 있는 구성요건에 딱 맞으면 처벌하고 아니면 못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어떠한 법익을 보호하기 위해 처벌해야 한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유추해석"이라며 "제아무리 좋은 명제라도 그것을 위해 유추·확장 해석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는 판결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필요하다면 국회에서 새로운 법을 만들어야지, 있는 법을 달리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결국 이 사건은 사법행정의 재판에 대한 '관여'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 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상고하면서, 이 사건은 대법원 심리가 예정돼 있다.
법조계에서 찬반양론이 팽팽히 엇갈리는 만큼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이번 판결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등법원의 부장판사는 "직권남용죄에 대한 해석은 원래도 상당히 어려운 문제"며 "그 부분은 앞으로 대법원이 결단을 해야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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