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해체 불씨된 '김 여사 주가조작' 사건…사법부 첫 판단 '무죄'

서울중앙지법, 김 여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무죄…알선수재만 징역형
尹 총장 시절 고발로 수사 착수…2024년 중앙지검 '무혐의' 지휘라인 탄핵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024년 10월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피의자 김건희 여사 불기소처분을 규탄한다'며 긴급 기자회견을 연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0.1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법원이 28일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가담했다는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수사가 시작된 지 6년여 만에 나온 사법부의 첫 판단이다.

정치권에서 논란이 촉발된 김 여사의 주가조작 사건은 전 정부에서 4년 6개월 만에 무혐의 처분하며 검찰청 해체에 불씨를 지핀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새 정부 들어 출범한 특검이 추가 수사를 통해 김 여사를 기소했지만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며 또 다른 논란의 여지를 남기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이날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함께 적용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무죄를 선고했으나 알선수재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특검의 15년 구형과 비교하면 한참 못미치는 형량이다. 11년으로 구형량이 가장 컸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가 무죄로 판단되면서 1심 선고 형량이 낮게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재판부는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피고인이 시세조종 세력과 공동정범으로 범행을 실행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2020년 4월 총선 직전 최강욱·황희석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가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 여사를 고발하며 불거졌다. 두 사람은 대표적인 검찰개혁론자로 꼽힌다.

도이치모터스가 상장 후 인위적으로 주가를 올렸는데 김 여사가 이른바 '전주'(錢主) 역할을 해 이익을 보고 시세조종에 가담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현직 총장 부인을 입건하게 된 검찰은 초기부터 늑장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서울중앙지검은 한 차례 수사부를 재배당한 뒤 고발장 접수 후 5개월이 지나서야 고발인을 처음으로 소환했다.

2021년 12월 중앙지검은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으나 김 여사의 가담 여부는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당시는 윤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출마했을 때다.

권 전 회장 사건을 심리한 1심은 유죄를 선고하면서 김 여사 명의 주식계좌 3개가 시세조종에 동원됐다고 봤다. 이 가운데 1개 계좌에 대해 주포와 주가조작 가담자 사이 '3300에 8만 개 때려달라', '준비시킬게요'라는 문자메시지가 오간 뒤 실제 주문이 이뤄졌다는 판단이 나오기도 했다.

1심 판단은 2심과 대법을 거쳐 지난해 4월 확정됐다. 김 여사와 유사한 전주 역할을 한 혐의로 기소된 손 모 씨는 1심에서 무죄를 받았으나 2심에서 시세조종 방조 혐의가 인정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검찰은 도이치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24년 7월 김 여사를 상대로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첫 조사를 벌였다.

현직 대통령 부인이 수사기관 대면조사를 받은 건 처음이었지만, 검찰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 조사가 이뤄지고 검찰총장에게 사후 보고해 '황제 조사', '약속 대련'이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가담 의혹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4.10.1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같은 해 10월 검찰은 명품가방 의혹과 주가조작 사건을 차례로 무혐의 처분했다. 주가조작에 쓰인 김 여사 명의 계좌 6개의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시세조종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중앙지검은 당시 "김 여사가 주범들과 공모했거나 그들의 시세조종 범행을 인식 또는 예견하면서 계좌관리를 위탁하거나 주식매매 주문을 하는 등 범행에 가담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 무혐의 결정으로 지휘라인에 있던 이창수 당시 중앙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검사, 최재훈 부장검사는 부실수사 했다는 등의 이유로 탄핵소추됐다. 헌재는 98일 뒤인 지난해 3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소추를 기각했다.

한편 서울고검은 주가조작 무혐의에 대한 고발인 항고를 접수한 뒤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다. 고검은 직접 수사 착수 직후 김 여사가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 배분을 언급한 녹음파일까지 확보하면서 검찰을 향한 비판이 더욱 들끓었다.

지난해 4월 윤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이후 출범한 '김건희 특검팀'은 사건을 넘겨받아 같은 해 8월 주가조작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특검팀은 지난해 12월 결심 공판에서 김 여사에 총징역 15년을 구형했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