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박제' 일러스트레이터 또 벌금형…법원 "비판 아닌 인신공격"
재판부 "기사·기자 비판 아닌 인신공격 치중"
지난달에도 '기자 저격' 게시글…인터뷰에선 "언론 버릇 고쳐놔야"
- 권준언 기자
(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 기자들의 얼굴을 캐리커처로 그린 뒤 '기레기', '기더기' 등 표현을 붙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일러스트레이터 박 모 씨(51)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박 씨 게시글이 "비판적인 측면보다는 인신공격에 치중돼 있어 보인다"며 '정당행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7단독 김선범 판사는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씨에게 지난 14일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박 씨는 2023년 12월부터 2024년 3월까지 SNS 계정에 기자 12명의 얼굴 캐리커처를 게시하면서 'ㄱㄷㄱㅌㅊㅍㄹㅈㅌ(기더기퇴치프로젝트의 초성)' 문구와 함께 소속 언론사와 실명을 적어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게시물에는 'ㄱㄷㄱ(기더기의 초성)', '기레기', '기레기캐리커처', '기레기십계명' 등 해시태그도 달렸다.
박 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행위가 피해 기자들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하지 않아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고, '기레기', '기더기' 등 표현 역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게시글에서) 피해자들을 비판하는 구체적인 기사나 이유에 대한 언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게시글은 피해자들의 기사나 행태에 대한 비판적 측면보다는 피해자들에 대한 인신공격에 치중돼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양형과 관련해 박 씨가 작성한 글에서 드러나는 모욕적 표현의 정도가 가볍지 않고, 피해자 수가 많으며 범행 횟수도 상당하다고 봤다. 또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동종 범행으로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아 항소심이 진행 중인 점 등을 종합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박 씨의 민·형사상 재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 씨는 2022년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서울민예총)이 주최한 전시에 기자들을 우스꽝스럽게 캐리커처하고 붉은색으로 덧칠한 작품을 출품했다가 기자 22명으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024년 6월 박 씨와 서울민예총이 기자 22명에게 각각 1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작성한 기사에 대한 정당한 비평이 아니라 외모 비하와 인신공격"이라며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받는다거나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박 씨는 지난해 1월 의정부지방법원에서도 모욕 혐의로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고, 해당 사건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박 씨는 해당 판결 이후 한 인터넷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자들 스스로 자정 능력이 없다고 생각해 그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바람으로 목소리를 냈다"며 "제 사건을 기회로 확실히 언론의 버릇을 고쳐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씨는 최근까지도 SNS에 유사한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박 씨는 지난해 12월에도 배우 조진웅 씨의 '소년범 의혹'을 보도한 기자의 캐리커처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기레기', '기레기캐리커처' 등 해시태그와 함께 게시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2021년 포털 기사 댓글에서 '이런걸 기레기라고 하죠?'라고 쓴 사건과 관련해, '기레기'가 모욕적 표현에 해당하더라도 기사·기자 행태에 대한 비판 맥락에서 사용돼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으면 형법상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2024년에는 언론사 대표를 두고 댓글에서 '거물급 기레기'라고 표현한 사건에서, 해당 표현이 모욕적일 수 있다는 점을 전제하면서도 피해자의 공적·사회적 활동에 대한 의견 표명 과정에서 사용됐는지, 지나치게 악의적이거나 모욕적인지 등 전후 사정을 종합해 사회상규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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