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처도 모른다"며 비상계엄 선포 예고한 尹…한덕수는 말리지 않았다

尹 '내가 책임지고 국가를 구하겠다' 국무위원 일부에 비상계엄 예고
조태열 "재고해달라" 요청…법원 "조태열 외 반대한 사람 없어" 명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체포 방해와 국무위원 심의권 침해 등 혐의 1심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뒤 퇴장하고 있다. (중앙지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6/뉴스1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징역 23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1심 판결문에는 12·3 비상계엄 당시 상황이 자세히 담겼다.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원래 국무위원들도 안 부르고 그냥 선포하려고 불렀다. 내 처도 모른다"며 비상계엄 선포를 예고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한 전 총리의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1심 판결문에서 "법원이 조사한 증거 등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되고, 이에 반하는 증거는 믿지 않는다"면서 2024년 12월 3일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담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12월 3일 저녁 8시30분경 대통령 집무실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났다.

윤 전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박 전 장관과 이 전 장관에게 "오늘 밤 10시경 비상계엄을 선포하려고 한다", "국회가 내각 각료, 검사 탄핵에 예산까지 삭감해 더 이상 국정 수행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종북세력 때문에 국가기능이 망가질 지경이다"라는 취지로 말하면서 비상계엄 관련 지시 사항 문건 등을 건넸다.

한 전 총리는 저녁 8시 45분경 김 전 장관의 안내에 따라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갔다. 윤 전 대통령은 다시 비상계엄의 필요성을 말하면서 '내가 책임지고 국가를 구해야겠다'며 한 전 총리에게 대국민 담화문, 포고령과 비상계엄 관련 지시 사항 문건을 건넸다.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재고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하자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위해서는 국무회의를 거쳐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 과정에서 '국무회의 의사정족수가 11명이니, 현 상황에서 추가로 4명이 필요하니 넉넉하게 6명을 부르자'는 논의가 이뤄졌다.

같은 날 저녁 8시 50분을 전후해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과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대통령 집무실에 도착했다.

이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은 '종북 좌파들을 이 상태로 놔두면 나라가 거덜 나고, 경제든 외교든 아무것도 안 된다', '‘내가 원래 국무위원들도 안 부르고 그냥 선포하려고 하다가 부른 것이다. 내 처도 모른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70여년간 대한민국이 쌓아온 모든 성취를 한꺼번에 무너뜨릴 만큼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수 있으니 재고해 달라'고 했으나 윤 전 대통령은 듣지 않았다.

1심 재판 과정에서는 한 전 총리가 국무총리로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만류했는지 여부도 쟁점이 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판결문에 "이때 조태열에게 동조하면서 '비상계엄 선포에 반대한다'는 취지로 말한 사람은 없었다"고 명시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재판부는 이를 '친위쿠데타', '위로부터의 내란'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가담한 혐의로 '역대 최장수 총리'를 역임한 한 전 총리도 징역 2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는 수모를 겪게 됐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