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지킨 국민의 용기"에 울컥…'한덕수에 중형 선고' 이진관 부장판사

내란중요임무종사 징역 23년형 선고…"12·3비상계엄은 위로부터의 내란"
적극적 소송 지휘로 화제…'법정 소란' 김용현 변호인들에 감치 명령도

이진관 부장판사. 2025.9.30/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법원이 12·3 비상계엄을 '위로부터의 내란', '친위쿠데타'로 규정하면서 이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내란 가담자들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중형을 선고한 이진관 부장판사(53·사법연수원 32기)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21일 오후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를 받는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이는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의 구형량인 징역 15년보다도 더 무거운 형이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인정하면서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 심의라는 외관을 갖추는 데 관여하고, 국무회의 부의장으로서 대통령을 저지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절차를 형식적으로 충족하려 했다는 점 등을 들며 내란 중요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장인 이 부장판사는 이날 1시간 넘게 판결 선고 요지를 읽어 내려가면서 한 전 총리를 비롯한 내란 가담자들을 질타했다.

12·3 비상계엄의 성격을 내란으로 규정하면서부터는 판결 내내 '12·3 내란'이라고 칭하면서 그 위법성을 강조했다.

이 부장판사는 "12·3 내란은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 윤석열 전 대통령과 추종 세력에 의한 것으로 성격상 위로부터의 내란에 해당한다"며 "이런 형태의 내란은 이른바 '친위 쿠데타'라고 불린다"고 말했다.

이 부장판사는 "그 위험성은 아래로부터의 내란과 비교할 수 없다"라면서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가 내란 행위를 함으로써 국민이 가진 민주주의·법치주의 신념 자체를 뿌리째 흔들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내란 옹호 세력에 관해 언급하면서 "12·3 내란이 잘못된 주장·생각을 양산하거나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라고도 지적했다.

이 부장판사는 "현재 우리 주위에는 민주적 기본 질서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있거나 이를 파괴하려는 시도가 있다"며 "그런 극단적 상황에서만 논의되는 저항권을 평상시 아무렇지 않게 주장하는 사람들, 계몽적·잠정적·경고성 계엄이 당연하다고 (위헌·위법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 서부지법 폭동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민주주의 근본이 되는 선거제도를 정당한 근거 없이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짚었다.

12·3 비상계엄이 이른 시간 내에 종료된 공을 국민들에게 돌리기도 했다. 이 부장판사는 "12·3 내란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고 몇 시간 만에 종료되긴 했다"며 "그런데 이는 무장한 계엄군을 맨몸으로 맞서며 국회를 지킨 국민 용기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분을 언급하면서 쉼 없이 판결 요지를 읽던 이 부장판사는 울컥한 듯 5초간 멈춘 뒤 머뭇거리며 안경을 만지기도 했다.

잠깐의 정적 뒤에 이 부장판사는 "이에 더해 국민 저항을 바탕으로 신속히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일부 정치인들의 노력, 암울한 내란의 기억을 상기하면서 위법한 지시에 저항하거나, 따르더라도 소극적으로 참여한 일부 군인·경찰에 의한 것"이라며 "결코 내란 가담자에 의한 것이 아니다. 가담자의 형을 정하는 데 있어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됐다는 사정을 고려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방조,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해 자리에 앉아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공 영상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21/뉴스1

이 부장판사는 정치 성향에 치우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소송 지휘를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한 전 총리의 재판에서 법정 소란을 일으킨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변호인들에게 감치를 명령하는 등 단호한 모습을 보이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경남 마산 출신인 이 부장판사는 1996년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해 1998년 40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2003년 수원지법 판사로 임관한 뒤 서울고법, 서울중앙지법, 대구지법 포항지원, 인천지법을 거쳤다.

지난 2016년에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냈고, 2022년부터 2년간 사법연수원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부터는 서울중앙지법으로 자리를 옮겨 선거·부패 전담부인 형사합의33부 재판장을 맡고 있다.

형사합의33부는 이른바 '대장동 재판'으로 불리는 이재명 대통령,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의 특가법상 뇌물 혐의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해당 사건에서는 대통령 불소추 특권을 명시한 헌법 84조를 근거로 이 대통령의 재판이 중지된 채 정 전 실장의 재판만 진행되고 있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사건 중에서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사건, 윤 전 대통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건진법사 전성배 씨의 알선수재 사건 등을 맡고 있다.

헌법재판관 미임명·졸속 지명 의혹과 관련해 한 전 총리의 별도 기소 사건도 심리 중이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