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용두사미 수사와 혼란 가중의 책임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증거는 옅어지고 많이 지워졌습니다.지금도 너무 늦었는데 안타깝습니다.

지난해 10월 16일 백해룡 경정은 서울동부지검 '세관 마약밀수 연루 의혹 합동수사단'(합수단)에 첫 출근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례적인 핀셋 지시로 시작된 파견이었지만 자신감보다는 걱정스러운 기색이 앞섰다. '용두사미', '빈손'이라는 평가를 받는 수사 결과에 대한 복선이었을까.

백 경정은 파견 기간 내내 "수사 기록은 지문과도 같아 감춰지지 않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으나 인천공항 세관이 마약 밀수에 실제로 관여한 증거를 대지는 못했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등 윗선이 외압을 행사해 수사를 무마시킨 스모킹 건도 찾지 못했다.

백 경정 팀이 제공한 수십 쪽 분량의 자료는 한 마디로 '74㎏이나 되는 필로폰이 누군가의 도움 없이 세관을 통과했을 리 없다'는 현실 부정론에 가까웠다. "추측과 사실을 구분해야 한다"는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조언에도 추측은 멈추지 않았다.

당초 백 경정이 제기한 의혹은 "인천세관 직원이 도왔다"는 밀수범들의 진술에 토대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는 밀수범들끼리 주고받은 편지로 번복됐다. 2개 국어를 사용하는 밀수범들이 서로 허위 진술을 유도한 정황도 발견됐다. 동부지검 합수단은 지난해 12월 세관 직원의 마약밀수 관여 및 경찰·관세청 지휘부의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 '무혐의' 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백 경정은 이를 끝내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백 경정은 한술 더 떠 파견 종료 후 5000쪽에 달하는 수사 기록을 자신이 속한 화곡지구대로 반출했다. 그는 "사전에 공문으로 협조를 구했다"는 변을 내놓았지만 공용서류 은닉 등 형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형법을 어기며 수사하는 경찰의 모습은 영웅적이긴커녕 검찰이 제멋대로인 경찰을 통제해야 할 필요성만 강조하고 있다.

최근 백 경정은 "영장이 청구될 수 있도록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간 동부지검과 공수처에 신청했던 압수수색 영장이 내리 소명 불충분으로 막히자 이제는 그 단계를 건너뛰게 해 달라는 것이다.

동부지검 합수단 파견 마지막 날 백 경정은 "파견 명령 자체가 기획된 음모였다"는 말을 남겼다. 처음부터 사건의 실체가 없다는 결론을 내고 자신을 동부지검으로 끌어들였다는 취지였다. 이 한마디에 이 대통령의 지시는 백 경정에 대한 음모와 획책의 시발점이 됐다.

이 대통령의 백 경정 파견 지시는 세관 마약밀수 연루 의혹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를 높였다. "대통령이 파견을 지시할 정도면 뭔가 있겠구나"라는 심증과 여론을 키웠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의도가 무엇이었건, 이례적이었던 백 경정 파견 지시는 기존의 '무혐의' 결론을 재확인한 채 혼란만 가중시키는 결과로 끝났다. 세간의 이목이 쏠린 의혹에 이 대통령이 핀셋 파견으로 불을 붙이기 전 청와대 참모진 등을 통해 찬찬히 따져 봤더라면 피할 수 있었던 혼란이었다.

합수단의 결론을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백 경정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사회적 혼란을 키운 결정적 계기는 이 대통령의 이례적이고 성급한 핀셋 개입이었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에서 제외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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