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1봉 계산 빠뜨린 재수생, 檢 "절도죄"…헌재 판단은?

무인 아이스크림 점포서 결제 없이 반출…검찰 기소유예 처분
헌재 "절취 고의 없어…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 잘못"

서울시내 대형 마트에 아이스크림이 진열돼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2023.11.14/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무인 아이스크림 점포에서 1500원 과자값과 800원 아이스크림값을 결제하지 않아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재수생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취소 결정을 내렸다.

5일 관보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18일 김 모 씨가 낸 수원지검 안산지청 검사를 상대로 청구한 기소유예 처분 취소 헌법소원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김 씨는 2024년 7월 24일 오후 10시 30분쯤 경기도의 한 무인 아이스크림 점포에서 아이스크림 4개와 과자 1개를 골라 계산하면서 1500원짜리 과자를 결제하지 않고 가지고 나와 절도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800원짜리 아이스크림 1개도 결제하지 않고 냉동고 위에 올려둬 판매하지 못한 상태로 만들었다는 이유로 같은 혐의가 적용됐다.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 안산지청은 2024년 9월 13일 김 씨를 타인의 재물을 절취했다는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했다.

김 씨는 이같은 처분이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같은 해 11월 19일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고, 헌재는 이를 받아들여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수사가 이뤄진 내용만으로는 아이스크림에 대한 청구인의 고의가 인정된다거나 과자에 대한 청구인(김 씨)의 절취가 고의로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검사)은 절도죄가 성립함을 전제로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며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아이스크림에 대해 "CCTV 영상에 의하면 냉동고 위에 올려두었을 뿐 가져간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절취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아이스크림을 자신의 점유로 이전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절취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과자값을 결제하지 않은 사실을 두고는 "당시 아이스크림 4개 대금을 정상적으로 지불했고 구매한 상품을 담을 비닐봉지값 50원을 별도로 입력해 결제하기도 했다"며 "나머지 상품을 모두 계산하면서 유독 고의로 과자만을 계산하지 않고 따로 절취했을 이유나 정황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또 김 씨의 모친과 아이스크림 점포 주인인 피해자와 김 씨의 모친이 친구 사이인 점을 참작해 김 씨가 1500원의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해 범행을 벌일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검찰은 김 씨가 계산 과정에서 휴대전화를 조작한 점에 비춰 "결제내역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음악 청취 등 다른 용도로 보았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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