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데자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반쪽 항소 여진

박지원·서훈·노은채 직권남용 혐의 무죄 확정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은폐 시도 및 '월북 몰이' 혐의로 기소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왼쪽부터),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서해피격 은폐 의혹'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 2025.12.2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송송이 기자 = 검찰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피고인 5명 가운데 핵심 혐의였던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3명에 대한 항소를 포기했다. 지난해 말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와 같이 여권 인사가 연관된 사건에서 항소를 포기하면서 논란이 되풀이되는 모양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2일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 등 3명의 피고인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에 대해 항소를 포기했다.

다만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의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와 명예훼손 사건은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번 서해 피격 사건의 항소 포기는 여권 인사가 연루된 사건에서 수사·공판팀의 항소 의지에도 불구하고 일부 피고인과 혐의에 대해 항소 포기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대장동 개발비리 항소 포기' 사건에서 서울중앙지검 수사·공판팀은 1심에서 무죄 또는 일부만 인정된 피고인들의 배임 혐의와 관련해 양형 부분을 항소하는 데 뜻을 모았다.

당초 수사·공판팀은 서울중앙지검장과 4차장의 결재를 받은 상태였지만, 항소장 제출 기한 만료까지 3시간을 앞두고 대검으로부터 갑작스럽게 항소 불허 결정 통보를 받았다.

항소 불허 결정이 내려진 결정적 원인으로 노만석 당시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이진수 법무부 차관과의 통화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신중 검토' 의견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지며 검찰의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법무부의 '부당한 외압' 의혹이 불거졌다.

이번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서도 수사·공판팀의 항소 의견과 검찰 수뇌부 의견은 충돌했고, 결국 일부 혐의 및 피고인에 대해서만 항소가 이뤄지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수사·공판팀은 지난해 12월 26일 항소 제기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박철우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전달했다.

박 지검장은 해당 보고서를 받고 보완 지시를 내렸고, 보완된 보고서를 다시 받은 뒤에도 별다른 지시 없이 막판까지 결재를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항소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항소를 반대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여권이 검찰의 항소 판단에 사실상 압력을 가한 게 아니냐는 논란도 일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0일 국무회의에서 서해 피격 사건 1심 무죄 선고와 관련해 "(검찰이) 이상한 논리로 기소했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고, 김 총리 또한 "조작 기소"라며 "항소 포기가 당연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검찰이 우여곡절 끝에 일부 피고인 및 혐의에 대해 항소를 하긴 했지만,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에 이어 반복되는 항소 포기 외압 의혹으로 인해 당분간 진통은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의 친형 이래진 씨는 전날(3일) 검찰의 부분 항소에 반발해 정 장관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제소하고, 김 총리와 박 중앙지검장 등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일부 항소에 대해 엇갈린 반응이 내놓고 있어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억지 항소'라며 검찰에 유감을 표했고, 국민의힘은 '면피성 항소'라고 검찰을 비판했다.

mark83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