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서해 피격 무죄' 일부 항소 절충안 내놨지만…유족 반발 등 진통 예고
서울중앙지검, 항소 시한 마지막까지 고심 끝…일부 항소 결정
유족 "꼼수 항소" 반발…정부·여당, '억지 기소' 특검 추진할까
- 정윤미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검찰이 '서해 공무원 피격 은폐 의혹 사건'에 대해 일부 항소하는 절충안을 내놨다. 법조계 안팎에서 우려했던 '제2 대장동 항소포기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유족 측은 "꼼수 항소"라고 반발하며 형사 고발까지 예고하고 있어 진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건 공소 유지를 맡은 서울중앙지검은 2일 항소 시한 만료를 앞두고 막판까지 고민한 끝에 일부 항소하기로 결정했다. 검찰은 이날 늦은 오후 공지를 통해 증거관계와 관련 법리를 면밀히 검토하고 대검찰청과 협의를 거쳐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의 일부 혐의에 대한 1심 무죄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서 전 실장과 김 전 청장은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명예훼손,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를 받는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월북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자진 월북한 것으로 오인될 수 있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로 인해 망인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부분에 대해 항소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함께 기소된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대해 검찰은 항소를 포기했다. 그러면서 "항소 실익 등을 고려했다"고 짧게 이유를 말했다. 이에 따라 박 의원 등은 무죄가 확정됐다.
이 사건 수사·공소팀은 지난달 26일 1심 선고 이후 항소 제기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박철우 서울중앙지검장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박 지검장은 해당 보고서에 대해 보완 지시를 내리고 보완된 보고서를 다시 받은 뒤에도 즉시 결재하지 않고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결정이 지연된 배경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와 마찬가지로 정부·여권의 압박이 작용했다는 분석에 무게가 쏠렸다. 노만석 당시 검찰총장 대행은 대장동 항소 포기 과정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신중 검토' 의견을 참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항소 포기 결정에 일선 검사들은 집단 반발했고 검사장 줄사퇴로 이어졌다.
서해 공무원 피격 은폐 의혹 사건은 문재인 정부 당시 안보라인이 대거 연루돼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지시로 국정원이 고발해 검찰의 기소로 이어졌던 만큼 더불어민주당은 수사 초기부터 검찰의 조작 수사, 무리한 기소라고 반발해 왔다. 1심에서 피고인 전원이 무죄가 선고되자 이재명 대통령은 물론 김민석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검찰에 항소 포기를 공개 압박했다.
박 지검장의 이번 결정은 정부·여당의 압박을 수용하면서도 검찰 내부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절충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법조인은 "박 지검장이 '대장동 사태'가 발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만큼 이번 사건에서 검찰 내부 목소리를 외면하지는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비교적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박 지검장은 대장동 항소 포기를 실질적으로 이끈 핵심 인물로 꼽혔다. 직전 대검 반부패부장 당시 대장동 사건 항소를 요구하는 서울중앙지검에 '재검토'를 지시했는데 수사팀이 이를 항소 불허로 받아들이면서 항소 포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박 지검장의 중앙지검장 임명을 두고 일각에서는 보은성 인사라고 평가 하기도 했다.
합리적 결정이라는 검찰 내부의 인식과 달리 유족 측은 "항소 포기와 마찬가지"라고 즉각 반발했다. 고인의 친형 이래진 씨는 입장문을 통해 "국가 공무원이 죽기 6시간 전에 착용되었던 구명동의와 팔에 붕대가 감긴 내용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포기한 가장 확실한 중범죄인데 죄를 묻지 않는 것이 국가의 역할인지 강력하게 항의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국가는 한 치의 허점 없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함에도 이번 항소 포기로 스스로 국가이기를 포기했다"며 "검찰의 꼼수 부분 항소 결정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즉각 전원 항소하라"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건 관련자 모두에 대한 직권남용, 직무유기, 명예훼손 등 혐의로 형사 고발을 예고했다.
여권의 반응도 주목된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 사건 기소 자체를 문제 삼으며 특별검사 도입을 주장해 왔던 만큼 검찰의 이번 결정에 대해서도 여권이 공세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민주당은 내란·김건희·채상병 특검을 잇는 '2차 종합 특검'과 통일교·신천지 특검을 새해 1호 법안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인데, 이 사건까지 특검을 도입할지 주목된다.
다만 검찰의 일부 항소가 유족 측의 입장을 고려한 측면이 있는 만큼 여권도 크게 반발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서훈 전 실장 등에 대한 항소가 아쉬운 점은 있지만 검찰이 많은 고민은 한 결과 같다"고 말했다.
younm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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