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행정실장 스트레스에 우울증·극단 선택…法 "공무-질병 인과 인정"

"행정실장하며 급격히 악화…개인 취약성 때문만으로 보기 어려워"

서울행정·가정법원. /뉴스1 DB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학교 행정실장으로 근무하다 업무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악화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방 교육행정 공무원의 공무상 질병을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지방 교육 행정공무원 A 씨의 배우자가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낸 순직 유족급여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씨는 2006년 지방 교육행정 공무원으로 임용돼 2022년 1월 모 학교에서 행정실장으로 근무하다가 같은 해 3월 우울증 진단을 받고 질병 휴직에 들어갔다.

치료를 받고 2022년 7월 복직한 A 씨는 모 도서관으로 발령받으나, 복직 한 달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 씨 유족은 업무 스트레스로 A 씨의 우울증이 악화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하며 순직유족급여를 청구했지만, 인사혁신처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씨가 사망에 이르게 할 만한 업무적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공무 관련 사유로 인식 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자해했다는 의학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A 씨가 공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이 악화해 정상적 인식능력과 행위 선택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데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먼저 A 씨가 학교 행정실장 부임 직후 상당한 업무적 부담을 안고 있었던 점을 짚었다.

재판부는 "A 씨는 주로 교육지원청, 교육문화관 등에서 교육행정 실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보이고 제반 행정업무를 총괄한 것은 처음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미숙한 업무 경험을 보충하기 위해 22시간의 시간 외 근무를 하기도 했고 지인·가족에게 고충을 자주 토로했다"고 설명했다.

A 씨가 우울증 상담 과정에서 '실장 업무가 너무 힘들다', '도움받을 데도 시간도 없다', '직장에 대해 아무 기대가 없다' 등 업무상 스트레스를 강하게 호소한 점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A 씨가 기질적으로 스트레스에 취약한 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며 "학교 행정실장 업무를 하면서 우울증세가 급격히 악화해 입원 치료까지 받은 점에 비춰 보면 극단 선택의 원인이 오로지 개인의 취약성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가족 등 업무 외적 요인에 관해서는 "업무 외의 스트레스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업무상 부담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다른 요인과 중복해 작용함으로써 우울증이 재발·악화했다면 사망과 공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