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김건희, 영부인 신분 이용 금품수수·공천 개입…공적 시스템 훼손"

김건희특검, 최종수사결과 발표…"'尹 金 금품수수 몰랐다' 믿기 어려워"
"역사책서 볼 법한 현대판 매관매직…기존 법 한계 처벌 부족해 안타까워"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 민중기 특별검사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별검사팀 브리핑룸에서 특검 수사 결과 종합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2.2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정재민 남해인 기자 =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을 수사해 온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180일간의 수사를 마치며 "김건희는 대통령 배우자의 신분을 이용해 고가의 금품을 쉽게 수수하고 각종 인사와 공천에도 폭넓게 개입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빌딩 웨스트에서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검팀은 180일의 수사 기간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포함, 중복으로 기소된 인원을 포함해 총 76명을 재판에 넘겼다.

민 특검은 "대통령 배우자의 권한 남용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공적 시스템이 크게 훼손되었음을 여러 사건에서 확인했다"며 "특검 수사는 종결되었지만, 앞으로 공소 유지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 시간상 제약과 능력 부족 등으로 인해 처리하지 못한 여러 사건은 법에 따라 국가수사본부에 이첩할 예정"이라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공동취재) 2025.4.11/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도이치모터스, 삼부토건 등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 명품 가방,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금품 수수 사건을 맡은 김형근 특검보는 "윤석열은 배우자의 반복적인 금품수수 사실이 있었음에도 특검 조사에서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부인하고 있으나 이를 쉽게 믿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특검보는 "서로 공통 분모가 없는 다양한 사람들이 대통령이 아닌 김건희를 찾아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청탁하고, 금품을 교부했다"며 "그 결과, 이들의 청탁은 김건희에게 청탁한 그대로 실현됐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의 배우자가 역사책에서나 볼 법한 현대판 매관매직을 일삼고, 국민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장막 뒤에서 불법적으로 국정에 개입한 사실이 특검 수사 결과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검은 이러한 대통령 배우자의 헌법 질서 파괴행위를 전혀 예측하지 못한 기존 법률의 한계로 인해 합당한 처벌에 크게 부족함이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에 대통령 당선인과 영부인에 대해서도 형사처벌에 있어 공무원 의제 규정을 두는 등 입법적 보완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관련 의혹 사건을 담당한 오정희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 부부는 대통령 당선을 목적으로 명태균으로부터 2억 7520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며 "그 대가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공천에 개입한 사실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오 특검보는 "김건희가 윤 전 대통령의 정치 입문 단계부터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그 연장선에서 대통령 당선 후에도 공천에 적극 개입하는 등 ‘정치공동체’로 활동해 온 것이 명확히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오 특검보 또한 윤 전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등 관련 법령상 대통령 당선인이 공무원으로 규정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추가 입법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공직자 신분으로 총선 출마 선언을 하는 등 무리한 시도를 하였던 배경에는, 사전에 김건희에게 고가의 그림을 제공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것이 작용하였다는 점을 밝힘으로써 공식적인 지위나 권한이 없는 김건희가 대통령에 버금가는 지위를 향유하였음을 다시 한번 명확히 했다"고 했다.

김 여사,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건진법사 전성배 씨의 금품 수수 사건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의 금품 공여 및 교단 자금 횡령 등 사건을 맡은 박상진 특검보는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는 김건희가 국정에 개입하고, 권성동은 국회의원의 직무를 남용함으로써 통일교의 청탁 실현을 위해 국가의 인적, 물적 자원이 투입되었고, 통일교는 그에 대한 보답으로 통일교의 조직과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하여 대통령 선거 및 당대표 선거에 개입했다"고 말했다.

박 특검보는 "이 사건은 정교분리라는 헌법적 가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통일교 지도자의 정교일치 욕망, 대통령 권력을 등에 업은 대통령 배우자 및 정권 실세의 도덕적 해이와 준법정신 결여, 정권에 기생하는 브로커들의 이권 추구 등이 결합하여 빚어낸 결과"라고 강조했다.

특검팀은 이밖에 김 여사의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 이전 등 국가계약 관련 부당 개입 의혹, 서울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 특혜 의혹, 윤 전 대통령의 허위 사실 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등도 모두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김 여사의 수사 무마 의혹 사건에 대해선 소환 당사자들의 불출석, 수사 기간 만료 등으로 인해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이첩했다.

ddakb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