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상납 요구' 소문낸 직원에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한 상사

대법, 파기환송 결정…허위사실 근거 부족·공익 인정
2심, 상사 피해 일부 인정…1000만원 손해배상 판결

대법원 전경 ⓒ 뉴스1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상사가 양주 상납을 요구했다'고 소문낸 직원으로부터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을 입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명예훼손이 일부 인정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A 씨(원고)가 B 씨(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지난달 20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서울중앙지법에 환송했다.

A 씨는 국립중앙박물관 시설관리과 공무직 근로자로서 청소 업무 현장 관리자(미화주임)로 근무하다가 퇴직했다. B 씨는 A 씨의 관리·감독을 받으며 미화 업무를 담당하던 공무직 근로자다.

A 씨는 2020년 7월 9일 B 씨로부터 15만 원 상당의 양주 1병을 받았다. A 씨는 양주를 받기 전날 B 씨와 통화에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고 B 씨는 '몰래 살짝 가서 사물함에 두겠다'고 답했다.

B 씨는 한 달 뒤 10여 명의 노동조합원이 모여있는 노조 사무실에서 'A 씨가 청소 장비(이른바 '돌돌이') 사용법 교육의 대가로 양주 상납을 요구해 이를 상납했다"는 취지로 말했고 노조 간부들은 A 씨의 행위를 '직장 내 갑질'로 보고 박물관 징계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A 씨는 "B 씨가 양주 받기 한 달 전쯤 '외부 기관에 150만 원을 주고서라도 돌돌이 사용법을 배워야겠다'고 불평해 '비싼 돈 들여 밖에서 배우지 말고 여기서 배우라', '단 공짜는 없으니, 집에 있는 양주면 된다'고 농담조로 말했다"는 내용의 경위서를 징계위 측에 제출했다.

두 사람은 그해 11월 양주 수령 내지 제공으로 인한 청렴 의무 위반을 이유로 각각 감봉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A 씨는 B 씨가 노조원들에게 '자신이 양주 상납을 요구했다'는 취지로 허위 사실을 전파해 명예가 훼손됐다면서 형사 고소하고 27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명예훼손 혐의 사건은 불송치·불기소 처분됐다. 경찰은 'B 씨 발언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B 씨의 발언 내용이 허위거나 명예훼손 범위에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보았다.

손해배상 사건에 대해 1심은 'B 씨 발언의 공공성이 인정된다'고 보고 A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은 A 씨의 손해를 일부 인정하며 B 씨에게 10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 씨는 양주를 받기 전 '농담이었다'는 취지로 말했고 B 씨는 '그냥 주고 싶었다', '돌돌이 사용법 교육은 안 해도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다.

그러나 3심은 B 씨 진술이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A 씨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3심은 '교습 비용으로 양주면 족하다'는 취지의 A 씨 발언을 인용해 "A 씨가 B 씨에게 청소 장비 사용 교육의 반대급부가 양주라는 점을 언급한 사실은 비교적 명확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양주 수령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이 곤란하다는 인식을 공유한데 대해 "A 씨 주장과 같이 단순히 개인적 친분에 따른 선물이라면 관련한 대화는 불필요하다"고 봤다.

아울러 B 씨의 소문 행위에 대해 공익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교육의 대가와 결부되지 않은 순수한 개인적 친분 내지 친목 도모를 위한 선물이라면 징계 처분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를 노조에 알릴 필요가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원심 판단은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증명 책임과 명예훼손의 위법성 조각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합리적 기준에서 벗어난다"며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할 필요가 있는 사안"이라고 판시했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