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내란을 처벌하는 방식과 과정도 역사로 남아야

김현 사회부장
김현 사회부장

(서울=뉴스1) 김현 사회부장 = 국청(鞠廳). 조선시대 역적과 같은 중죄인을 신문하기 위해 설치한 임시 관아를 말한다. 드라마나 영화에선 '역모'를 꾀한 죄인에 대해 왕이 직접 나서 신문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이를 친국(親鞠)이라 부른다.

역사적 기록을 보면 왕과 집권세력에 반기를 든 세력들이 대부분 '역모'라는 명분으로 처벌됐다. 그러나 그에 대한 평가는 세월이 흐르며 정반대로 뒤집힌 경우도 적지 않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집권 세력이 '역모'로 규정했고, 재판부는 권력의 입맛에 맞게 구성됐으며, 재판은 이미 정해진 결론을 확인하는 절차에 불과했던 사건일수록 그 역사적 평가는 반드시 뒤집혔다. 정치적 의도가 짙었던 사건일수록 그 경향은 더 분명했다.

특히 사법의 독립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권력이 재판 구조와 결론을 설계했다는 중대한 절차적 흠결이 존재할수록 그 결론과 평가가 달라지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대한 절차적 흠결이 있는 재판은 집권 세력이 바뀌는 순간 언제든 그 결론과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어서다.

이 같은 불편한 역사적 선례는 결코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내란전담재판부법' 논란은 이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포함해 12·3 비상계엄에 가담하거나 이를 방조·동조한 세력을 단호히 처벌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은 여전히 높다. 이는 정치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헌정 질서를 파괴한 행위에 대한 법치주의적 요구다. 이들에 대한 단죄가 훗날에도 흔들리지 않는 역사적 평가로 남아야 한다는 점 역시 다수 국민의 공통된 바람이다.

바로 그렇기에 단죄는 위헌 논란 없이, 사법부의 독립이 온전히 보장된 상태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재판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된 처벌은 당대에는 통쾌할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정치적 판결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지금의 문제는 대법원이 자체 예규를 통해 내란전담재판부를 구성할 제도를 마련했음에도, 민주당이 굳이 '무작위 배당' 원칙을 훼손할 소지가 있는 법안을 강행하려는 데 있다. 재판부 구성과 사건 배당은 전적으로 사법부의 판단 영역이어야 한다. 입법부가 이에 개입하는 순간 사법권 독립 침해 논란은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위헌 논란을 의식해 법안을 재차 수정해 22일 본회의에 상정했다. 특정 사건을 명시하지 않고, 재판부 구성을 위한 추천위를 두지 않으며 판사회의와 사무 분담위에서 재판부를 결정하도록 바꿨다.

그러나 형식적 수정이 본질적 문제를 해소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사법권에는 판결 내용뿐 아니라 재판부 구성과 사건 배당의 자율성도 포함된다는 게 통설이다. 특정 범죄 유형을 겨냥해 원하는 결론이 나올 수 있도록 재판 구조를 법률로 설계한다면 위헌 소지는 해소되지 않는다.

법률가들 사이에서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반적·추상적 규범의 외형을 갖췄다 하더라도 입법 시점과 정치적 맥락, 적용 대상이 특정 사건을 강하게 연상시킨다면 사실상 맞춤형·사후 입법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선례다. 오늘은 내란이라는 극단적 범죄를 이유로 들지만, 내일은 또 다른 '중대 사건'을 명분으로 비슷한 입법이 반복될 수 있다. 국회가 예외를 이유로 재판 구조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면 사법의 정치화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조선시대 역모 재판들이 오늘날 재평가되는 이유는 단순히 시대정신의 변화 때문이 아니다. 권력이 결론을 정해두고 재판부와 절차를 설계했던 구조적 문제가 그 핵심이다. 당대에는 정당해 보였던 판결이 후대에는 사법 실패로 기록되고 있는 이유다.

내란 범죄에 대한 단죄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역사 앞에 떳떳하려면 정치가 사법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았다는 확신을 남겨야 한다. 위헌 논란 속에서 사법 독립을 훼손했다는 의심을 받는 판결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 역사적 평가가 될 수 없다.

역사는 분명히 말한다. 집권 권력이 재판을 설계하는 순간, 판결은 정당성을 잃기 시작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빠른 단죄가 아니라 위헌 소지가 없는, 더 객관적이고 공정한 재판이다. 이를 통한 단죄만이 이번 재판을 정치가 아닌 역사로 남기는 길이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