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안수 前 계엄사령관 "당시 명령 순응 분위기…포고령 처단 단어 놀라"
'포고령 1호' 문건 건네받고 발령…"검토 거쳤다는 말에 수긍"
국회·선관위 투입 "기억 안 나"…재판부, 29일 김용현 증인신문
- 유수연 기자
(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전 육군참모총장)이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후 열린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 대해 "명령하면 순응하는 분위기였다"라고 법정 진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22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 공판을 열고 박 전 사령관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박 전 사령관은 계엄에 가담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로 기소돼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재판받고 있다.
박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3일 합참 전투통제실에서 윤 전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시청하고 비상계엄 선포 사실을 알았다고 증언했다. 담화 진행 중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전투통제실로 들어와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위해 화상을 개방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당시 회의에서 김 전 장관은 박 전 사령관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하고 "모든 군사 활동은 장관이 진행하며 불응 시에는 항명죄로 처벌한다"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박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계엄사령관을 육참총장으로 한다고 한 것 외에 임명 이유를 말했나'는 특검 측 질문에 "그런 건 없었고 명령하면 순응하는 그런 분위기였다"고 답했다. 회의에 참석한 지휘관들이 모두 명령에 따른 분위기를 전하듯 '순응'이라는 단어를 세 번 반복하기도 했다.
박 전 사령관은 회의 후 김 전 장관으로부터 '포고령 1호'라고 기재된 문건을 건네받았다고 진술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박 전 사령관은 "(포고령의) 법적 검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맥락을 짚을 수 있는 전문가는 없었다"며 "검토를 거쳤다는 말에는 수긍했지만 무거운 느낌은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어 중에 '처단'이라는 것이 있어서 '이건 뭐냐' 하면서 놀라서 읽어봤다"며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를 보고 계엄법에 의해 처벌하고 단죄하는 건가 보다, 우리 군대에서 쓰는 용어는 아닌데 (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전 사령관은 포고령에 기재된 시간을 수정하기 위해 같은 내용을 다시 타이핑했다고 한다. 그는 포고령 발령 시각을 22시 30분에서 23시로 고치고 참모를 통해 언론에 공지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포고령 발령 직후 윤 전 대통령은 박 전 사령관에게 전화해 '하달됐나'고 물었고, 박 전 사령관은 "하달됐다.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게 알려줬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박 전 사령관은 특전사 헬기의 서울 공역 진입 승인과 군의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청사 투입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이에 특검 측은 "보고를 다 추상적으로만 받는다는 건데 어떤 부대에서 어떤 목적으로 하는지를 알아야 허용할지 말지 알 수 있지 않나. 예하 부대에서 (테이저건과 공포탄 사용 승인을) 건의 들어온 것만 듣고 판단했나"고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29일 내란 사건들을 병합한 후 김 전 장관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shushu@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