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이 주말 아닌 '평일' 계엄 선포한 진짜 이유[이승환의 로키]
정적 체포 위해 평일에 계엄 선포 했을 가능성
- 이승환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을 둘러싼 의문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윤 전 대통령이 왜 계엄을 시도했느냐다. 지난 15일 내란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의 수사 결과 발표로 이 의문은 다소 해소됐다. 조은석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권력 독점·유지가 계엄의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두 번째 의문은 윤 전 대통령이 왜 주말 아닌 평일에 계엄을 선포했느냐다. 이 의문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특검팀도 이와 관련한 수사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계엄 선포 시간은 지난해 12월 3일(화요일) 밤 10시 25분쯤이었다. 평일 밤이던 당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현 여당) 의원 다수가 국회 인근에서 식사하거나 술 마시고 있었다. 이튿날(4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돼 국회 인근에서 대기 중이던 민주당 의원이 적지 않았다.
그러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자 이들은 자정 넘어서까지 국회 본회의장으로 진입했다. 경찰의 국회 통제에도 의결 정족수(151명)를 웃도는 '재석 190명 전원 찬성'으로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계엄 선포 후 불과 1시간 35분 만의 일이었다. 국회에서 결의안이 통과됨에 따라 계엄군은 철수했고 윤 전 대통령의 계엄도 실패로 끝났다.
의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만일 국회에서의 계엄해제 결의안을 막으려 했다면 윤 전 대통령이 평일 아닌 주말에 계엄을 선포했어야 했다. 주말이었다면 야당 의원 다수가 국회에 모여 있을 리 없고, 서울을 벗어나 여행 갔거나 지역구인 지방에 머물렀을 것이다. 의원 다수가 계엄 선포 후 이른 시간 내 국회로 모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또 그렇기 때문에 계엄해제 결의안도 통과시키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평일 밤 계엄을 선포했다.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이 거듭된 음주로 인해 판단력이 흐려진 결과라고 말한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계엄을 공모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은 모두 군 수뇌부로 '전략통'이다. 계엄 준비 기간도 최소 1년 3개월이나 된다. 윤 전 대통령이 단순히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계엄을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미다.
최근 법조계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정적 체포를 시도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체포 대상자는 이재명 대통령(당시 민주당 대표)·우원식 국회의장·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 최소 14명이다. 이외에도 계엄 과정에서 극렬히 저항하거나 계엄 해제에 적극 나서는 야당(현 여당) 의원을 대거 체포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런데 체포 대상 의원들이 서울에 모여 있지 않고 흩어져 있었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주말'을 맞아 지방 또는 해외로 여행 갔거나 지방인 지역구에 머물렀다면? 당연히 체포 과정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요컨대 체포 대상 의원이 저마다 휴일을 보내느라 '흩어져 있는' 주말에는 계엄군의 체포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반대로 평일인 데다 이튿날 탄핵소추안 표결이 있어 국회 인근에 의원들이 모여 있거나 대부분 서울에 있다면 계엄군의 체포 작업은 수월해진다.
즉, 국회를 통제해 계엄 해제 결의안을 막는 동시에 정적을 체포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주말이 아닌 평일에 계엄을 시도해야 했다. 계엄 해제 상황을 막는 것만이 목적이었다면 주말에 계엄을 선포했을 것이다. 그러나 체포도 해야 했기 때문에 평일 밤 계엄을 선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특검팀 내부에서도 이 같은 추론에 상당히 힘이 실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회로 달려온 국민들의 저항과 군인들의 소극적인 작전 수행으로 윤 전 대통령의 망상에 가까웠던 계엄 계획은 산산조각 났다. 윤 전 대통령 본인은 물론 그의 아내, 그가 속했던 당과 윤 정부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 기소돼 법원의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 정적 제거하려다가 자신의 편을 모두 끌어안고 자폭해 버린 것이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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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영어 단어 로키(lowkey)는 '사실은' '은근히' '조용히' 등을 뜻합니다. 최근 영미권 MZ세대들 사이에선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은근히 표현할 때' 쓰입니다. 솔직하되 절제된 글을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