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법사 "尹 당선, 통일교 은혜…김건희도 납득" 법정서 녹음 재생(종합)

샤넬백·그라프 목걸이 실물 확인…15일 오후 김건희 증인 소환
유경옥·21그램 대표 부인 증인 불출석…과태료 100만원·구인장

김건희 여사와 친분을 이용해 각종 청탁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건진법사 전성배 씨. 2025.8.2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 씨와 통일교 간부가 지난 2022년 대선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이 통일교에 은혜를 입었다. 은혜를 갚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고 김건희 여사도 충분히 납득했다'는 취지로 통화한 녹음파일이 법정에서 재생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9일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등 혐의를 받는 전 씨의 공판을 열고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추가 증거로 제출한 녹음파일들을 재생했다.

제20대 대선 직후인 2022년 3월 전 씨는 이현영 전 통일교 부회장과의 통화에서 "(윤 전 대통령이) 이번에 통일교에 너무나 은혜를 입은 것이다. 은혜를 갚지 않으면 안 된다고 충분히 얘기했고 (김) 여사도 충분히 납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은혜 입었지 않나. 사실 대통령 시켜주셨지 않나. 그 고마움을 잊으면 안 된다"고도 했다.

또 이 전 부회장 측이 "총리는 어떻게 될 것 같나"라고 묻자, 전 씨는 "전 사실 그런 인사에 별로 관여 안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누누이 말씀드리는 건 총리가 됐든 누가 됐든 다 저하고는 인연이 다 맺어진다"고 답했다.

재판에서는 지난 2022년 2월 통일교 행사인 '한반도 평화 서밋' 전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에 접촉을 시도했던 정황이 담긴 녹취록도 공개됐다.

김건희 여사의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유경옥 전 행정관. 2025.7.2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한편 이날 재판부에서는 '김 여사 문고리'로 불리는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김태영 21그램 대표의 부인인 조 모 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예정이었으나, 모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조 씨는 김 여사의 수행비서였던 유 전 행정관이 2022년 통일교 측이 선물한 샤넬 가방을 교환할 때 동행한 인물로 지목된 바 있다.

유 전 행정관은 전날 재판부에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에 불안장애 등으로 약물치료를 받고 있고 감기몸살이 심해 의사소통이 어려우며, 추후 증인신문이 있더라도 출석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 역시 불안감 등으로 정상 생활이 어렵고 전 씨와 일면식도 없는 상태라면서 정상적인 진술이 어렵다는 사유를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같은 사유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유 전 행정관의 경우 관련 진술에 변동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런 상황이면 법정에서 한번 불러봐야 하지 않나 싶다"고 설명했다. 조 씨에 관해서도 증인 신청을 유지하겠다는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입장을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유 전 행정관과 조 씨에 대해 각각 과태료 100만 원을 부과하고 구인장을 발부했다.

두 사람에 대한 증인신문은 오는 15일 재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같은 날 오후 3시에는 김 여사도 증인으로 소환해 신문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다음 재판에서 3명에 대한 증인신문을 모두 마치는 경우 오는 23일 재판이 종결될 것 같다"며 "다만 증인 구인이나 소환 등에 문제가 있으면 일정이 미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는 통일교 측이 김 여사에게 건넨 가방과 목걸이 등 실물을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흰 장갑을 낀 채 특검팀이 건넨 쇼핑백에서 금장 체인이 달린 흰색 샤넬 가방과 검은색 미니 샤넬 가방, 그라프사 목걸이를 차례로 꺼내 들여다봤다.

앞서 수사 과정에서 금품 전달 사실을 부인하던 전 씨는 재판 과정에서 돌연 2022년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가방 2개와 그라프사 목걸이를 받아 이를 유 전 행정관에게 전달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후 전 씨 측은 금품을 다시 돌려받아 보관하고 있었다고 한다. 특검팀은 지난 10월 전 씨 측으로부터 목걸이와 샤넬 가방을 확보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