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활비 반토막'에 검찰 내부 "수사 차질" vs "폐지가 답" 분분
내년도 검찰 특활비 72억→31억 대폭 삭감
특활비 사용 일선-집행·관리 간부급 입장차
- 정윤미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함정수사와 같이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활동에 사용하는 검찰의 특수활동비(특활비)가 절반 넘게 삭감됐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활비 대폭 삭감으로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거란 우려와 함께 특활비 전면 폐지론도 나오면서 입장이 분분한 상황이다.
4일 정치·법조계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2일 본회의에서 72억원 상당의 검찰 특활비를 31억5000만 원으로 절반 넘게 삭감한 2026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수사와 정보 수집, 이에 준하는 활동에 쓰이는 돈이다. 다른 예산과 달리 대외적으로 규모나 사용 명세가 공개되지 않는다. 영수증 증빙이 필요 없다 보니 이른바 '깜깜이 예산'으로 용도와 목적에 벗어나 위법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검찰의 특활비 사용은 이른바 '2017년 돈봉투 만찬 사건'을 계기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2017년 4월 술자리에서 후배 검사들에게 특활비에서 나온 격려금을 지급했다가 면직됐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해 직접 감찰을 지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서울 동부지검장을 역임하던 2021년 6월부터 약 1년간 2100여만 원에 달하는 특활비를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는 지난 10월 2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심 전 총장이 명절을 앞둔 2021년 1월 24일 100만 원을 '정보교류 활동' 명목으로 챙기고 28일 다시 50만 원을 또 가져갔다"며 "심 전 총장이 13개월간 무려 2136만 원 특활비를 셀프 수령했다"고 말했다. 이는 해당 기간 동부지검에 집행된 특활비 1억4000만 원 가운데 15%에 해당한다.
이 단체는 "카드를 쓴 부분을 살펴보니 밥값과 커피값도 나왔다"며 "업무추진비를 쓸 것을 기밀수사 특활비로 쓴 것이고 용도에 맞지 않는 지출"이라고 덧붙였다.
여권에서는 검찰의 특활비가 '검사장들의 쌈짓돈'이라며 대폭 삭감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심 당시 동부지검장은 특활비를 셀프 수령했다"며 "특활비 용도와 목적에서 벗어나 위법하게 쓰면 업무상 횡령죄, 국고 손실죄가 성립한다"고 경고했다. 같은 당 장경태 의원은 "특활비 사용이 검사장들 쌈짓돈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특활비 대폭 삭감에 대해 검찰 일선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활비의 경우 마약범죄 수사, 보이스피싱 추적, 짝퉁 수사, 기업 기술 유출 범죄 수사 등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특활비는 다크웹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마약이나 아동 성 착취물 등을 수사할 때 사용한다. 보이스피싱 범죄 과정에서 피해자를 가장해 돈을 보내거나 불법 도박사이트가 운영되는 과정을 추적하기 위해 사용하는 돈도 특활비다.
이 밖에 짝퉁 수사 과정에서 실제 물건을 구입하거나 기업 기술 유출을 수사할 때 정보원과 접촉하는 과정에도 쓰인다.
검찰 내 강력통으로 꼽히는 모 차장검사는 뉴스1에 "예전에 특활비를 쓸 때는 수사 목적에 맞게 쓸 수 있었는데 지금은 써도 될까 말까 사실상 사용을 막아 놓아 수사하는 입장에서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수사 현장에 나가면 빈손으로 아무것도 못 하는데 적극적인 활동이 되겠느냐"고 털어놨다.
서울중앙지검 소속의 한 부장검사 역시 "특활비 사용과 관련한 오해가 너무 많은 것 같다"면서 "압수수색을 나간다거나 그럴 때 드는 비용 등은 사비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선 검찰 수사관들에게 더 영향이 갈 것"이라고 걱정했다.
반면, 특활비를 집행하고 운영하는 간부급에서는 차라리 폐지하라는 주장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사장급 간부는 "특활비 놓고 잡음이 계속 나오는데 그냥 없애는 것도 방법"이라며 "기관장 입장에선 제대로 썼나 안 썼나 감시·감독하는 것도 스트레스"라고 밝혔다. 이 간부는 "차라리 특활비가 없다고 하면 아랫사람들도 불만이 안 생길 것 같다"며 "특활비가 많으면 '돈도 많으면서 왜 안 주지' 생각하는 데 없다고 하면'아 돈이 없어서 그러는구나' 생각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검찰청의 중간 간부급 인사 역시 "특활비 집행하는 입장에서 관리·감독이 어려워 이럴 거면 차라리 폐지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younm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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