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응원봉' 든 60대, '태극기' 든 20대...서부지법 '폭동' 사태도
[12·3계엄 1년] 탄핵 찬반 '응원봉vs태극기' 전쟁
변화한 집회 모습…"'서부지법 사태' 문제 규명해야"
- 한수현 기자, 권준언 기자
(서울=뉴스1) 한수현 권준언 기자 = 탄핵 찬성 집회에서 아이돌 그룹을 응원할 때 사용하는 팬 상품인 '응원봉'을 흔드는 5060세대와 탄핵 반대 집회에서 태극기를 들고 구호를 외치는 2030세대. 12·3 비상계엄 이후 이어진 탄핵 찬성·반대 집회에선 '촛불집회' 등 지금까지의 집회와는 달라진 모습이 많았다.
실제로 집회 현장에 참여했던 시민들은 "평화적이고 축제 같은 분위기에서 정치 이슈에 대한 집회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집회 해산을 요구하는 경찰을 폭행하고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한 '서부지법 난동 사태'에 대해선 원인과 배후 규명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매주 토요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에서는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흔들며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부르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박근혜 탄핵 집회 등 국민적 관심을 모은 집회·시위에서는 대체로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촛불 집회'가 이어졌다면, 지난해 탄핵 찬성 집회에서는 응원봉이 촛불의 자리를 대신했다.
당시 탄핵 찬성 집회에 참여한 윤 모 씨(31)는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질 수도 있고 불이 옮겨붙을까 위험할 때도 있는데 응원봉은 그런 걱정이 필요 없다"며 "밝고 경쾌한 아이돌 노래와 함께 평화적인 분위기 속에서 집회 구호를 외칠 수 있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김 모 씨(58)도 "처음 집회를 나갔다가 응원봉을 들고 온 젊은 세대를 보며 집에 돌아와 대학생 딸에게 응원봉이 있는지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며 "처음에는 어지러운 나라가 걱정돼 집회에 나갔다가 긍정적인 기운도 받고 온 것 같다"고 회상했다.
탄핵 찬성 집회의 모습도 달랐다. 기존에는 '태극기'로 대표되는 보수 진영의 집회·시위에는 60대 이상의 참가자들이 많았으나 올해 1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 등에서 진행된 탄핵 반대 집회에는 대학교 점퍼인 '학잠' 등을 입고 모인 2030세대 청년이 많았다.
대학생 손 모 씨(25)는 "계엄, 탄핵 이후 정치 관련 집회에 계속 참석하고 있다"며 "집회에 참석해 사회 현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고, 남들에 의해서가 아닌 자신만의 주관을 가지고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집회에서도 최신곡을 많이 다루고, 태극기 부대라고 해서 모두 올드한 건 아니다"라며 "계엄 이후 보수 집회에도 확실히 젊은 층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당시 보수 진영의 집회에 수차례 참여했던 안 모 씨(65)는 "어떤 날은 젊은 학생들이 더 많이 보이는 날도 있어 매우 놀랐다"며 "실제 현장에 가보니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 이슈에 관심이 많고, 특히 젊은 세대들의 관심이나 정치 관여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고 밝혔다.
이러한 집회·시위 문화의 변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회적 변화상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와 같은 비장한 집회를 할 만한 사회 분위기도 아니고, 비상계엄을 막아낼 만큼 성숙한 나라로 성장한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경제 성장도 충분히 이룬 만큼 정부에 대해 목소리를 낼 때 축제 분위기 안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으로 변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전 세대와 새로운 세대의 방식이 공존하면서 시너지가 난 것"이라며 "새로운 세대가 집회에 참여하고 주도하면서 새로운 정치 세력들이 등장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난 1월 18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지지자들 및 집회 참여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한 것에 대해 시민들은 '잘못된 모습'이라고 입을 모았다.
20대 직장인 이 모 씨는 "법원의 판단에 대해 불만은 가질 수 있지만,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앞으로도 허용되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40대 직장인 양 모 씨도 "일부 지지자들의 폭동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현재 사회나 세대 전반의 문제인지 혹은 배후의 문제인지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시민들이 평화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집회·시위 문화만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등에 따르면 11월 24일 기준으로 서부지법 사태에 연루돼 기소된 인원은 총 140명으로 이 중 95명은 구속된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고, 45명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고 있다.
sh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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