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인줄 알고 빈 상자 수거한 '드라퍼'…"마약 없어도 소지죄 성립"

장난감에 숨긴 마약상자 받기로 공모…세관서 적발된 줄 모르고 상자 수거
"국제우편물, 마약 오인될 외관 아냐" 주장했지만…"마약 소지죄 성립"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대법원이 마약이 들어있지 않은 상자를 마약이 들어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수거한 속칭 '드라퍼'에게 마약 소지죄를 인정했다.

이 '드라퍼'는 "실제 마약이 없는 상자를 수거해갔다면 마약 소지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실제 마약이 없던 상자이더라도 마약으로 알고 가져갔다면 처벌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마약 운반 역할을 담당하는 속칭 '드라퍼' 정 모 씨(22)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정 씨는 2024년 7월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류 판매상으로부터 보수를 받고 마약류가 들어 있는 국제우편물 상자를 수거하는 역할을 담당하기로 공모한 뒤 마약류를 숨긴 장난감이 들어있는 국제우편물 상자를 수거해 소지하는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장난감 상자에 숨겨져 있던 마약은 인천공항세관에서 적발돼 압수됐는데, 정 씨가 이를 알지 못한 채 상자를 수거했다.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은 '마약류 범죄를 범할 목적으로 약물이나 그 밖의 물품을 마약류로 인식하고 양도·양수·소지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검찰은 마약이 없는 빈 상자라도 이를 마약류로 인식하고 소지했기 때문에 죄가 성립된다고 봐 재판에 넘겼다.

정 씨는 재판에서 "국제우편물 상자는 마약으로 오인될 외관이 아니므로, 마약거래방지법에서 정한 '약물 및 그 밖의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상자를 수거한 다음 마약류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은 '소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 2심 모두 정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대법원은 "행위자가 마약류 범죄를 범할 목적으로 실제로는 마약류가 아닌 약물이나 그 밖의 물품을 마약류로 인식하고 양도․양수 또는 소지하는 경우를 처벌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 문언상 마약류 인식의 대상으로 '약물이나 그 밖의 물품'이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그 물품의 형상, 성질 등을 제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떠한 물품이라도 마약류로 인식했다면 이 사건 조항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마약류 범죄의 특성상 일반적으로 마약류는 상자 등의 내부에 든 상태(내용물이 감추어져 있는 상태)로 유통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 같은 경우도 마약류 자체만 유통되는 경우와 비교해 행위의 위험성 및 처벌 필요성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했다.

ho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