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 포기 관여' 박철우 지검장은 '보완수사권' 왜 언급했나[이승환의 로키]

박철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1.2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효율적인 사법통제와 보완수사야말로 국민들로부터 검찰의 존재 의의를 새롭게 인정받을 수 있는 중요한 분야입니다."

박철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54·사법연수원 30기)은 지난 21일 취임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지검장은 실질적인 검찰 '넘버 투'로 불리는 요직이다. 검찰 특수통이자 친정부 성향으로 꼽히는 박 지검장은 '넘버 투'에 오른 일성으로 '검찰의 보완수사권 유지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검찰의 보완수사 존치 여부는 지난 9월 일명 '검찰개혁법 법률안'(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주요 관심사가 됐다. 검찰개혁법의 골자는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검찰청을 공소와 공소 유지만 하는 공소청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완수사권이 검찰에 남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보완수사권은 검사가 경찰(사법경찰관)로부터 송치받은 사건과 관련해 공소제기 유지 등 필요한 경우 직접 추가 수사를 하거나 경찰에 추가 수사를 요구하는 권한이다. 여기서 '직접 추가 수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쟁점이다. 내년 10월 유예기간을 거쳐 검찰개혁이 시행되더라도 보완수사권이 있으면 검찰은 말 그대로 '보완하는 수사'이긴 하지만 수사를 계속할 수 있는 셈이다.

검찰의 보완수사 존치 여부를 논의하는 당정 간에는 온도 차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 강경파는 보완수사권마저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완수사권이 있으면 검찰이 향후 수사 범위를 확장할 여지가 있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보완수사권 폐지에 신중한 반응을 보인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공식적으로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사실상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은 지난 7월 취임 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수사력만 놓고 보면 검찰이 경찰보다 확실한 우위에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경찰 수사에 전적으로 의존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박 지검장은 취임식에서 왜 보완수사권을 언급했을까. 반부패와 기업비리 등 대형사건을 담당하는 중앙지검의 수장 역시 '검찰 구성원과 생각이 다르지 않다. 보완수사권을 유지하고자 노력하겠다'며 성난 내부 여론 달래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검찰이 정부와 지나치게 각을 세우면 보완수사권 사수가 힘들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박 지검장은 전남 목포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 법무부 대변인을 맡았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에서 좌천돼 대구고검 검사와 부산고검 검사 등 한직을 전전했다.

그러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해 요직인 대검 반부패부장으로 발령났다. 중앙지검장 직전 보직인 대검 반부패부장 시절 그는 기자에게 검찰 수사력에 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박 지검장이 보완수사권을 강조한 것에 나름의 진정성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박 지검장은 반부패부장 당시인 지난 7일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실무적으로 관여했다. 그는 중앙지검의 대장동 항소 방침 보고에 '재검토하라'는 수사 지휘를 내렸고 중앙지검은 방침을 뒤집고 항소 포기에 이르렀다. 이 여파로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55·30기)을 비롯해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 박재억 수원지검장, 송강 광주고검장 등 핵심 간부가 줄줄이 사퇴했다.

항소 포기 논란 당사자인 박 지검장이 중앙지검장으로서 사태를 수습해야 하는데, 이것이 과연 적절하다고 할 수 있을까. 박 지검장의 '중앙지검장 영전'에 곱지 않은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 일각에서는 "박 지검장이 중앙지검의 이재명 대통령 관련 형사 사건을 공소 취소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검찰이 바람대로 보완수사권을 유지하려면 원칙에 근거한 수사와 공소유지로 그 당위성을 입증해야 한다. 노만석 전 대행이 '정무적 판단'으로 대장동 사건 항소를 포기했다가 불명예스럽게 퇴임했다는 점을 박 지검장은 잊지 말아야 한다.

mr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