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 혈세 막은 론스타 소송 승소…"중재 절차 위반" 공략 통했다

취소 사례 1%대 극히 소수, 법무부 "적법절차 위반 중대 발생"
증거 채택 과정서 韓정부 변론권 등 박탈…"절차에 문제"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론스타 ISDS 취소 신청 결과 관련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1.18/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외환은행 매각 관련 국제투자분쟁(ISDS)의 중재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취소 사건에서 승소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ISDS 출범 후 취소 판결 승소율이 1%대로 극히 낮은 상황에서 정부 측이 지적한 론스타 측의 절차 위반이 결정적인 이유로 꼽힌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ISDS 취소위는 대한민국 승소를 선고했다. 이로써 배상금 원금 2억1650만 달러(약 2800억 원·환율 1300원 기준)는 물론 소송 과정에서 발생한 이자와 소송비용까지 총 4000억 원 규모의 배상 책임이 모두 소멸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아울러 취소위는 론스타에 한국 정부가 그간 취소 절차에서 지출한 소송비용 합계 약 73억 원을 30일 이내에 지급하라는 환수 결정도 함께 내렸다.

ICSID 협약에 따르면 중재 판정이 취소되는 사유는 △중재판정부 구성의 하자 △심각한 월권 △중재인의 부패 △심각한 절차 위반 △판정 이유 불기재 등 총 다섯 가지다.

엄격한 심사 기준 적용으로 취소 결정 자체가 드문 편으로 일부 취소가 아닌 전부 취소되는 경우는 1%대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 가운데 △중재판정부의 명백한 월권 △중재판정 이유 불기재 △심각한 절차 규칙 위반 등 3가지 사유에 집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론스타 사건 관련 실무를 총괄한 정홍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중재절차 과정에서 적법절차 위반이 상당히 중대하게 발생했다는 점이 취소위원회에서 한국 정부의 취소신청을 받아들인 결정적 계기였다"고 했다.

앞서 론스타 중재판정부는 지난 2019년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재판소의 론스타-하나금융지주 간 결정문을 증거로 채택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변론권, 반대신문권 등을 박탈한 바 있다.

이에 취소위원회가 론스타 측이 증거로 제시한 ICC 결정에 정부의 참여가 없었다는 것이 잘못됐다는 점을 주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 정부 측을 대리한 김갑유 법무법인 피터앤김 대표 변호사는 "대한민국 정부에 자료 제출이나 증인 진술 등 기회를 주지 않고 ICC 판정에 있는 내용을 근거해서 판단했다"며 "대한민국 정부가 참여하지 않은 절차를 근거로 책임을 인정한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또한 지난 2023년 취소신청 제기 당시 판정부가 결정문을 주요 증거로 채택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변론권과 반대신문권 등을 박탈한 것이 절차 규칙의 심각한 위반이라는 점을 강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국장은 "지난 1월 런던에서 3일 동안의 구술심리가 있었는데 취소 위원들이 적법 절차 위반에 대한 상당히 많은 질문을 한 것이 사실"이라며 "그런 부분에 있어 긍정적인 느낌을 받은 바 있다"고 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올해 1월 전 정부라고 하지만 대통령, 법무부 장관이 부재하고 법무부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잘 대응해서 최종 구술 변론을 통해 중재 재판관들을 잘 설득했다"고 밝혔다.

ddakb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