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비상계엄 말렸지만…尹, 준비 다 돼 돌이킬 수 없다고 해"

최상목, 한덕수 전 총리 내란 중요임무종사 재판에 증인 출석
"한덕수 반대표시 했는지는 기억 안나…당시 기억 파편적"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2025.5.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말렸지만, 윤 전 대통령이 "준비가 다 되어있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최 전 부총리는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 심리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최 전 부총리는 "처음에 비상계엄 이야기를 듣고 충격받고, 상상 못 할 상황이니 이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안된다, 절대로 안 됩니다, 다시 생각해달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장면이 기억난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의 반응이 어땠느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최 전 부총리는 "특별히 반응은 안 했던 것으로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특검팀이 "한 전 총리도 반대 의사를 표시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최 전 부총리는 "저 당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이야기를 한 후 집무실로 들어가자 최 전 부총리가 윤 전 대통령을 따라가는 상황을 제시했다. 최 전 부총리는 그 이유에 대해 "제가 좀 들어가서 (비상계엄 선포를) 더 만류해 보라는 분위기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직접 들어가겠다고 한 것인지, 한 전 총리가 시켜서 들어간 것인지를 특검팀이 묻자, 최 전 부총리는 "제가 들어가겠다고 해서 들어간 것은 맞고, 그때 (한 전) 총리가 들어가서 말씀해 보라고 했다"고 답했다.

최 전 부총리는 집무실에 들어가 윤 전 대통령에게 "어떤 이유로도 계엄은 절대 안 된다. 우리나라 대외신뢰도가 땅에 떨어지고 경제가 무너진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결정한 거다. 준비가 다 되어있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던 것 같다"고 답했다고 증언했다.

다만 최 전 부총리는 이날 자신의 기억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 전 부총리는 "CC(폐쇄회로)TV를 확인하면서 제 기억하고 다른 부분이 많아서 좀 당황스러웠다"며 "그날 상황이 상당히 충격적이고 초현실적인 상황이다 보니 파편적 기억이 남아있고 제 기억이 온전치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행사를 사전에 견제·통제할 수 있는 국무회의 부의장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불법 비상계엄 선포를 방조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5일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비상계엄 후 절차적 하자를 은폐하기 위해 허위로 작성한 계엄선포 문건에 윤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각각 서명하고 이를 폐기하도록 요청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최근 한 전 총리에 대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