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대장동 후폭풍' 리더십 시험대…'검란' 딛고 개혁 완수할까
'친명 좌장' 정무감각·실무능력 장점이지만 '당내 견제' 한계 지적도
노만석 총장대행 사퇴로 檢지휘부 붕괴…檢개혁 완수까지 험로 예고
- 이승환 기자, 송송이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송송이 기자 = 이재명 정부 초대 법무부 수장인 정성호 장관이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1심 항소 포기' 논란으로 다시 한번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정 장관은 당정의 검찰개혁을 완수할 수장으로 낙점됐지만 검찰개혁을 둘러싼 검사들의 내부 반발과 당내 견제에 부딪혀 취임 초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에는 '대장동 1심 항소 포기'와 관련한 외압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정 장관은 검란으로 뒤숭숭한 검찰 조직을 추스르고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정 장관은 지난 7월 21일 법무부 장관 임기를 시작해 14일 기준으로 취임 116일을 맞는다. 그의 최대 과제로는 검찰청 폐지와 검찰의 수사권·기소권 분리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이 꼽힌다.
구체적으로 이재명 정부의 검찰 개혁 방향과 기조를 현장에 안착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 장관은 이 대통령과 수시로 소통하고 법무부 간부들에게 그 내용을 공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권내 중도·온건파로 꼽히는 정 장관은 급격한 개혁엔 회의적인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더라도 검찰의 보완수사권은 보장해 수사 지연이나 공백을 막아야 한다는 법조계의 대체적인 의견에 사실상 동의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검찰의 수사권이 이관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도 행정안전부가 아닌 법무부 산하에 둬야 한다는 것이 정 장관의 입장이다. 이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 속도조절'의 여지를 남겨뒀는데 정 장관도 궤를 같이하고 있는 셈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정 장관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했었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취임 초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정 장관은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모습이었다"며 “검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보다 친명 좌장이라도 입김이 센 정 장관이 와서 차라리 다행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른바 '검찰개혁 법률안'인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지난 9월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분위기는 다소 달라졌다. 부장검사들의 줄사표에 더해 검찰 수뇌부를 향한 내부 비판이 쏟아졌다. 검찰총장이 공석이라 구심점이 없는 검찰 내부의 동요가 심각했다.
지난 9월에는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중수청을 법무부가 아닌 행안부에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검찰 안팎에선 "정 장관이 강경 일변도인 당(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 노선에 부딪혀 힘을 쓰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검찰개혁 세부 내용을 두고 당정 간 '이견'을 배제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 장관의 역할과 영향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다만 검찰개혁 법률안이 시행되는 내년 10월 1일까지 약 11개월의 유예 기간이 남아 있다. 이로 인해 검찰 내부에선 '점진적' 검찰개혁이 이뤄지려면 정 장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법조계는 정 장관의 정무 감각과 실무 능력을 대체로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따른 후폭풍으로 정 장관은 외압 의혹의 한복판에 선 상태다.
특히 법무부로부터 항소 포기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내부 집단 반발로 사퇴하면서 검찰은 총장과 대검 차장검사가 모두 공석이 되는 초유의 상황을 맞게 됐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을 이끄는 수장 역시 비어 있다.
앞서 7일 노 대행이 항소장 제출 기한을 1시간 남겨두고 법무부에 "항소를 포기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야권에서는 △정 장관의 항소 포기 지시 △이진수 법무부 차관의 전달 △노 대행의 항소 포기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 장관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정 장관은 최근 국회에 잇달아 출석해 "항소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전달했을 뿐, 외압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정 장관은 지난 1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신중한 검토를 하라고 원론적으로 이 차관에게 얘기했다"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명령해선 안 된다, 지휘해서는 안 된다는 나름의 원칙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행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해 14일 퇴임식이 진행되지만 외압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검사들이 집단으로 노 대행에 용퇴를 요구했던 검란이 외압 의혹의 규명 여부에 따라 다른 형태로 재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 장관은 앞으로 지도부 공백 상태인 검찰 조직을 추스르고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 검사들의 집단 반발에 강경 대응을 예고한 만큼 정 장관이 당정과 검찰 간 가교역할로 최악의 충돌을 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전문가들은 정 장관이 '정치와 법치' 사이에서 무게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검찰개혁에 대한) 정부·여당의 강경 기류보다는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한 게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정치와 법치의 교차점에서 무게 중심을 잘 잡는 장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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