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만석 '54글자' 사의표명 입장문…"자세히 밝힌다"는 퇴임식에 촉각
대장동 1심 항소 포기 후폭풍…노만석 檢총장대행, 퇴임식서 어떤 메시지 던지나
외압 의혹 구체적 경위 제시하면 파장…'檢 위한 선택' 기존 입장 되풀이 전망도
- 이승환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대장동 사건 1심 항소 포기' 논란 끝에 사의를 표명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퇴임식에서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노 대행이 만일 퇴임식에서 '항소 포기 결정은 외압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구체적인 경위와 정황을 제시한다면 검찰 조직을 넘어 정국을 뒤흔드는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노 대행의 성향 등을 고려하면 퇴임식 메시지 또한 외압 의혹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우회적으로 정부를 비판하는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은 전날 오후 "금일 노 대행이 사의를 표명했다"며 "자세한 입장은 퇴임식 때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54자'(글자 공백 포함)의 짧은 입장문이었다. 그러나 외압 의혹은 전혀 언급하지 않아 '자세한 입장을 밝히겠다'는 퇴임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부터 연가를 소진하는 노 대행의 퇴임식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행은 항소 포기 사태 당사자로 검찰 내부의 거센 책임론에 시달렸지만 사의 표명 직전까지 외압 의혹을 놓고 이진수 법무부 차관과 진실 공방을 벌여 왔다.
노 대행은 항소 포기와 관련해 '용산 대통령실이나 법무부와의 관계를 고려했다'면서도 사실상 이 차관의 압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0일 이번 사태에 책임을 요구하는 대검 소속 과장(부장검사급)들과의 면담에서 이 차관으로부터 '항소 포기' 선택지를 받고 수사지휘권이 발동될 가능성을 고려해 항소 포기 결정에 이른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 차관은 '(항소 여부를) 신중히 판단하라'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의견을 전했을 뿐이며 노 대행과의 통화에서도 '수사지휘권 행사는 아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에서 "대검과의 의사소통을 상세하게 공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전제한 뒤 "총장 대행에게 전화한 것은 맞지만 (수사) 지휘권 발동이 아님은 분명하게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행과의 통화 횟수에 대해 "1차례(통화했다)"라며 "장관의 '신중 검토' 의견을 전달하며 검토 후에 의견을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노 대행이 만일 퇴임식에서 이 차관의 이런 주장을 뒤집거나 외압 의혹의 실체를 폭로하는 발언을 한다면 이 차관은 물론 '신중하게 판단하라'고 주문한 정성호 장관에게도 파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노 대행이 '자세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공언한 만큼 퇴임식 때 항소 포기 사태와 관련해 어떤 식으로든 언급은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그 수위와 내용에 따라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인 검찰개혁의 당위성까지 흔들 정도로 파급력이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노 대행이 정부와 각을 세우거나 고비에 정면 돌파하는 성향이 아니라 기존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검찰 조직을 위한 메시지'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일부 대검 간부의 만류에도 노 대행이 사의를 표명한 것은 검사동일체 문화가 남은 데다 조직 충성도가 높은 검찰 구성원의 내부 여론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검찰 지휘부에 있던 인물이 '조직을 위해 사퇴한다'고 밝히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놓고 갈등을 빚다 사퇴한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이 대표적이다.
김 전 총장은 지난 2005년 10월 17일 퇴임식에서 "저의 결단(사퇴)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을 이루는 작은 주춧돌이 되고, 검찰가족 여러분들의 상처난 자부심과 명예를 회복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법조계 관계자는 "노 대행 성향상 퇴임식에서 모두를 놀라게 할 만한 강경한 발언을 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정치검찰'이라는 불명예만큼은 최대한 벗어던지고 싶을 텐데 사의든 항소 포기든 검찰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취지의 메시지가 나올 것 같다"고 전망했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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