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만석 검찰총장 대행, 대장동 항소 포기 5일 만에 사의 표명(종합)
검사장·중간 간부·평검사 항소 포기 경위 설명, 용퇴 요구
하루 휴가 후 사의 표명…'대행의 대행' 체제 수뇌부 공백 불가피
- 정재민 기자, 김기성 기자, 송송이 기자
(서울=뉴스1) 정재민 김기성 송송이 기자 =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12일 대장동 민간업자 개발 비리 의혹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항소 포기 하루 만에 사의를 표명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검찰 수뇌부의 공백이 현실화했다.
노 대행의 사의가 수용될 경우, 검찰은 '대행의 대행' 체제로 전환될 전망이다.
대검찰청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금일 노 대행은 사의를 표명했다"며 "자세한 입장은 퇴임식 때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심우정 전 검찰총장의 자진 사퇴로 직무대행을 맡은 지 4개월여 만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노 대행은 이날 퇴근길에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준비된 차량을 타고 곧장 대검을 빠져 나갔다.
노 대행의 사의 표명으로 검찰총장은 '대행의 대행' 체제가 될 전망이다. 대검 부장 중 선임인 차순길 기획조정부장이 대행 업무를 이어받게 된다.
노 대행은 지난 10일 일선 검사장에 이어 대검 부장(검사장) 등 참모진, 중간 간부, 평검사들까지 항소 포기 경위 설명과 용퇴를 요구하자 시간이 필요하다며 연가를 냈다.
특히 노 대행이 이들과의 면담에서 '법무부, 용산(대통령실)과의 관계를 고려해 항소를 포기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책임론'이 증폭했다.
노 대행은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퇴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지만 검찰 내 일부 간부 등은 지휘부 공백을 우려해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총장 공백이 이어진 상황에서 대행마저 공석이 되면 검찰개혁에 대응할 컨트롤 타워를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끝내 사의를 표명했다.
노 대행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서 '용퇴 요구가 나오는데 입장이 있나', '이진수 법무부 차관으로부터 수사지휘권에 대한 언급을 들은 적 있나' 등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항소 제기 시한인 지난 8일 오전 0시 전까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에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당초 중앙지검 수사·공판팀과 대검은 항소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했고 법무부 내부에서도 항소가 필요하다고 봤지만, 최종적으로 검찰이 항소 포기 결정을 내리며 정 지검장은 사표를 냈다.
정 지검장은 항소 포기 논란이 일자 "대검과 의견이 달랐다. 의견을 관철하지 못했고 이번 상황에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해 세 차례 보고받고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이 차관은 항소 시한인 7일 노 대행에게 전화해 정 장관의 의견을 전달했고 이후 노 대행은 항소 포기를 결정했다.
이를 두고 대검 수뇌부가 불허 결정을 내린 배경에 법무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제기됐고 중앙지검 수사·공판팀을 비롯해 검찰 내부의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노 대행의 사의 표명에도 법무부와 검찰 간 진실 공방은 물론 후폭풍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행은 지난 10일 대검 소속 과장(일선 지방검찰청 부장검사)들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이 차관과 항소 여부를 논의했는데 이 차관으로부터 검찰 스스로 항소 포기하는 방안 등 몇 가지 선택지를 제시받고 결정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차관은 외압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정 장관 또한 지난 10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문답)에서 "이 차관 등에게 법무부 간부들로부터 대장동 사건을 세 차례 보고받고 '신중하게, 종합적으로 판단하라'는 의견을 전달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입장에 대해 "제 의견표시"라면서 "판단의 책임과 결정을 본인(검찰)들이 지라는 것"이라며 "자꾸 제 의견표시를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지휘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했다.
ddakb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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